육류식당가에 부는 ‘하프셀프’ 바람

경기불황 여파 가벼운 주머니 겨냥 2분의1 셀프 고깃집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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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shyoo)등록 2006.02.21 11:29

가벼운 주머니사정을 고려한 하프셀프 고깃집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영기네돈박사> 상차림. ⓒ 영기네돈박사

하프셀프점은 1990년대 붐이 일었던 고기부페와는 다르다. 먼저 식단이 집중화돼 있다. 고기부페는 소, 돼지, 양고기 같은 육류에 오징어, 쭈구미 등 해물까지 제공하지만 하프셀프 고기집은 소갈비, 돼지갈비, 삼겹살을 주력품목으로 내걸고 있다. 양적으로는 고기부페가 우세할지 몰라도 맛, 분위기 등 질적인 면에서는 웰빙을 앞세운 하프셀프점이 새 업종이란 측면에서 앞서간다.

가격면에서도 고기부페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하프셀프점은 돼지갈비의 경우 1인분(200g 기준)에 3,300원이다. 3인분(600g)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하프셀프점은 ‘3인분에 9,900원’을 중점적으로 홍보한다. 고기부페는 현재 1인당 어른 기준 7000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4년 6월에 처음으로 하프셀프점을 연 <영기네돈박사>의 오영기 대표는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당시 광우병, 돼지콜레라, 조류독감 등 ‘트리플악재’가 요식업계를 강타했을 때 그는 기존 고깃집을 접고 장고 끝에 하프셀프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홀 서빙과 고액의 육가공전문 인력을 줄이고 대신 가격을 내려서 박리다매를 노린 것이다.

박리다매 정책에 성공한 한 돼지갈비 체인점 앞에 손님들이 줄서 대기하는 모습. ⓒ 영기네돈박사

하프셀프의 개념은 최초 상차림은 해주지만 고기를 사먹는 것이나 추가 밑반찬은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는 것이다. 상추가 ‘금추’가 되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고기도 10g 단위까지 원하는 만큼만 사먹을 수 있다. 때문에 남는 음식이 거의 없어서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영기네돈박사>는 현재 서울, 경기지역에만 체인점이 60여개에 이르는 등 체인사업에도 성공을 거두자 <통큰통갈비>, <하이돈박사> 등 비슷한 체인들이 앞 다퉈 생겨나고 있다. 또 저가공세에 이기지 못해 주변에 있는 고깃집 대부분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리는 등 저가경쟁을 촉발,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옛날엔 고기값이 비쌌던게 사실”
[인터뷰] <영기네돈박사> 오영기 대표

오 대표는 현재 본점 자리에서 오래전부터 소갈비만 취급하는 고깃집을 경영해 오다가 주력을 돼지갈비로 바꾸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광우병 파동으로 손님 발길이 끊어지자 홀 서빙인력 인건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때 구상 중이던 체인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종업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당시는 TV보기가 겁났습니다. 연일 광우병이니 O-157이니 먹거리 파동 보도만 나오더군요. 손님이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고기판매를 만회하기 위해 설렁탕, 한정식 메뉴를 개발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동안 고기를 비싸게 팔았다는 것을 이때 알았습니다. 다른 것을 아무리 팔아도 과거 매출을 따라 잡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가 박리다매 메뉴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오 대표는 인력 40%를 절감할 수 있는 하프셀프점을 구상하고 메뉴도 경기 상황에 맞게 돼지갈비, 삼겹살을 주력을 삼았다. 맛내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안정적인 육류 공급선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고기 맛을 내는 데는 자신 있었습니다. 웰빙 기호에 맞춰 돼지갈비를 재울 때는 생과일과 야채만으로 맛을 냅니다. 고기는 직접 도축장에서 도축 하거나 수입을 합니다. 수입선과는 가격변동에 관계없이 공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언제나 현재가격으로 소비자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한 때는 상추 값이 급등해 ‘고기에 상추를 싸먹을 때’도 있었지만 절대로 품절이 나지 않게 했습니다.”

<영기네돈박사>는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싸고 맛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는 업소가 됐다. 오 대표의 박리다매 정책이 적중한 것이다. 오 대표에 따르면 가격파괴로 인해 주변 업체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또 언제까지 싸게 파냐는 질문과 싼 고기가 맛있겠느냐는 억측도 샀다. 그러나 지금은 벤치마킹업체가 되서 체인 개설 문의는 물론 마케팅 자문 의뢰까지 들어온다고 밝혔다.

“먹을 때마다 계산해야 하는 선불제이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상쇄시켜 이해해 주십니다. 선불제는 ‘더치페이’ 문화 정착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한사람만 계속 계산하는 경우가 드물고 돌아가면서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오 대표의 목표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체인을 200개까지 늘리는 것이다. 그 이상은 관리비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저가정책 유지가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예 못을 박았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노원구부터 사회복지 사업을 벌이기 위해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라고 귀띔 했다. /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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