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들은 왜 '학생볼모'라는 표현 쓰지 않나?"

'신입생 배정거부' 관련 방송보도 '갈등'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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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jjindolly)등록 2006.01.09 19:33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가 1월 8일 철회되었다. 사학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여론이 높다. '신입생 배정거부'가 그 목적이나 방법에서 이미 정당성을 잃고 있었고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학습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학법인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소동'을 다룬 방송3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단순 상황전달이나 대립갈등 구도를 전하는데 치중해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이명순)은 9일 이번 사안과 관련된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을 내고,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내건 투쟁에 대해서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전부터 '대란' 운운하며 비난해 왔던 방송이 정작 '교육대란'이 우려되었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왜 사학재단의 비교육적 행태에 대해서는 '학생볼모', '교육대란' 등의 단어를 쓰며 비판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송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송3사가 "이번 사태를 정부와 사학재단의 '정면대결' 및 '갈등'으로 보도했으며, 이 같은 태도는 SBS에서 두드러졌다"고 지적했으며, 이 같은 방송사들의 '대립 및 갈등구도' 중심의 보도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정부와 사학재단 간의 갈등 상황을 부각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본질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학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물타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 논평에 따르면, KBS는 6일 보도에서 "사학측과 교육 당국의 힘겨루기", "교육 당국과 사학 법인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표현했으며, "사학측과 교육 당국의 힘겨루기로 예비 소집일을 앞둔 학생들만 혼란에 쌓인 채 자신의 장래를 불안해하고 있다"며 양비론으로 본질을 흐렸다. MBC도 6일 보도에서 "사학법을 둘러싼 정부와 사학계,정치권의 극한적인 대립 속에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고 물타기 했으며, 7일 보도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나열하며 "서로 타협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정국파행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정국파행'의 원인에 대한 분석적 비판보도보다는 현상나열적인 결과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또 SBS는 6일 <반발…충돌>에서 학부모단체의 기자회견마저 학부모단체와 사학재단의 대립양상으로 보도하며, 사학들의 반교육적 행태에 대한 지적이나 이번 사태로 학생들이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학부모단체들의 주장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7일 보도에서도 교육부의 강경조처와 사학의 반발, 청와대·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립구도로 나열해 보도했다. 8일 <한달째 대치>에서는 "제발 그만 싸우고 해결책 좀 찾으라는 국민들 목소리가 높아"진다며 정국파행의 책임을 두 당의 정치적 대립으로 보도했다.

또 사학재단들의 반교육적인 '신입생 배정거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왜 사학재단들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반교육적 행태까지 보이며 반대하는지 분석보도해야 했지만 이 같은 보도는 8일 보도된 MBC의 <학교는 사유재산?>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MBC는 이 보도에서 "사학재단이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극단적인 방식까지 고집했던 배경은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고 '사학 운영비의 98%를 국민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유재산이라도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서는 법에 따른 제한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설득력있게 보도했다.
MBC에 비해 KBS는 사태의 본질에 대한 분석보도 보다는 교육부와 사학 간의 세 대결과 학습권 침해에 따른 비판여론 등을 쫓아가며 보도했다.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에 대한 원인분석 보도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따른 비판여론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현상나열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SBS는 사학들의 반발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춰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7일 보도에서 제주지역 사학들이 학부모들의 비판여론에 굴복했다는 점은 간단하게 언급하는 데 그친 반면, "전북 지역의 신입생 규모는 제주의 5배가 넘기 때문에…끝까지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경우 훨씬 큰 파장이 우려", "사립학교의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가 상황에 따라 급반전될 수도 있어 입학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도하는 등 갈등과 파행중심으로 보도했다.

민언련은 "방송3사가 사립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두고 이를 정부와 사학 들의 갈등으로 호도하며 책임소재와 사태의 본질을 물타기하고, 제대로 된 분석보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학생들을 볼모 삼아 기본권인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학들의 행위가 판단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방송들이 '갈등'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방송의 공정한 보도는 단순 사실 나열이나 '대립·갈등식 중계보도'가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며 방송3사에게 '공정한 보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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