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호

검토 완료

김학준(kimhj)등록 2006.01.02 09:04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호/이기문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얼마전 인하대 대학원에서 ‘한국의 정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혹평했다.“대통령이란 자리가 정치학습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평가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급한 말까지 동원해가며 대통령을 깔아뭉갰다. 그동안 언론 등에서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것에 못 미쳐 지지자들에게조차 실망을 준 점이 적지 않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연 노 대통령이 극언을 들을 만큼 직책을 잘못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대통령의 편을 드는 것이 오히려 눈치가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몰리고 있지만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노 대통령은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최초의 대통령이다.‘임금의 반열’에서 처음으로 벗어났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때문에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무겁게 억눌러왔던 권위주의는 사라졌지만, 그 반작용으로 대통령의 권위는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노 대통령의 수난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추진한 ‘권위 해체’와 동시에 시작됐다.

과거에는 ‘당연한 말씀’ 정도로 여겨졌을 사안으로 탄핵을 당했고, 대통령의 뜻에 따라 독립된 검찰이 대통령의 거의 모든 참모를 수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국민적 오락’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때문에 권위주의 해체의 최대 피해자는 대통령 자신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노 대통령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러한 결과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권력 내려놓기’를 단행했을 것이다. 누구든 칼자루를 쥐면 반드시 휘두른다는 것이 권력의 법칙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것을 하지 않았다. 간과되기 쉬운 점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통치기반이 약하다지만 적법하게 부여받은 권한만 충분히 활용해도 과거와 같이 서슬퍼런 권력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알아주지 않고 ‘유연해진’ 현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가혹한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공포없이 대통령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 정권 들어 ‘역사적 진전’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볼썽사나운 것은 대통령이 큰 권력을 내려놓으니, 이제는 다른 권력들이 온통 나랏일을 전횡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지나친 발목잡기, 수구·기득권 세력의 총궐기, 재벌들의 횡포, 언론의 발호 등이 극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군사독재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지난날 불의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오던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세상이 ‘만만하게’ 바뀌자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이 마치 독립투사라도 된 양 활개친다. 지난날 통치자에 대한 역겨운 ‘아부’는 지금 가차없는 ‘저주’로 바뀌었다.

노 대통령에게 허물이 없다고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던 기존 통치자들을 떠올리면, 비록 노 대통령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정제된’ 반대를 펴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판단된다. 작금의 상황은 사자가 사라진 정글에 승냥이와 하이에나가 들어와 아귀다툼을 하는 형국이다. 기득권 세력들은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위해 내놓은 권력이 국민의 손에 전달되기도 전에 가로채 “너희들은 아직 아니야.”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권과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을 뿐, 나라의 장래와 국민전체의 이익 따위는 관심 밖이다.

다만 늘 하던 대로 말로만 국민을 들먹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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