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경찰? 한참 멀었다.

경찰 인권보호센터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검토 완료

강곤(gaia1972)등록 2005.12.17 10:45
지난 15일 인권단체 활동가들 몇 명이 예전 남영동 대공분실(87년 박종철 학생이 물고문으로 사망한 바로 그곳)을 점거했다. 고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대한 경찰 발표에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금은 이름도 멋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라 한다.

그 인권보호센터에서 인권단체 사람들은 보호되지 못하고 경찰에 의해 단 하루만에 들려나왔다. 자세한 경찰의 입장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용철씨 사건의 책임을 현장 책임자에게 물어 직위해제 시키는 수준에서 사태를 입막음하려는 경찰입장에 반대하며 경찰청장의 사퇴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였던 인권단체가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올 한 해 수사권 조정 문제로 말도 많고 보는 눈도 많아졌다. 경찰은 그 말들과 눈길들을 의식도 참 많이 하는 듯 했으며 그래서 경찰청이 그 무수한 대공분실들은 그대로 둔 채 남영동만 인권보호센터로 화려하게 포장하여 문을 연 것도 마냥 순수하게 비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위야 어쨋든 경찰이 정권보호기관에서 인권보호기관으로 바뀐다면 오히려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고 싶었다.

되돌려 생각해보면 이번에 인권단체들이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점거한 일은 경찰에게 참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존재를 홍보할 절호의 찬스 아니었는가. 더구나 어느 누가 검찰청을 점거했다거나 점거시도를 했다는 말을 들어나 봤는가? 작금의 X파일에 대한 검찰 수사발표에도 화는 나지만 의례 그런 놈들이니까 하고 침 한 번 뱉고 만다. 언감생심 목숨걸고 외국 문화원 점거는 해봤어도 경찰청 점거, 꿈도 못꾸던 시절도 있었다.

사람들이 허구헌날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고 온갖 단체들이 그곳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까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보호하고 정부의 인권정책과 그 시행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가서 하소연 하면 들어주리란 기대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고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국민들 사이에서 전제되고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마찮가지로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경찰을 꾸짖으러 사람들이 모였을 뿐만이 아니라 드디어는 점거까지 했다는 사실, 점거할 센터가 생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경찰의 인권보호기관으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점거와 항의와 농성은 바로 경찰에 대한 규탄이자 앞으로는 정말 인권보호를 하라는 질책과 기대도 함께 담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경찰은 점거한 이들을 잘 보살피며 열심히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어떻게 참고하고 반영할 것인가를 궁리하며 서로 머리를 맞대면 될 일이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경찰 조직 어디에서 이런 일을 할 것이며, 경찰청 내에 인권보호센터는 왜 만들어졌고 돈 들여가며 운영되어야 하겠는가.

하지만 경찰은 그들을 단 이틀도 참아내지 못하고 내쫓으므로써 그들이 인권보호기관이 아니라 검찰과 같은 인권침해기관임을 자인한 꼴이 되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인권을 보호하는 센터가 아니라 경찰의 잘못을 덮고, 경찰청장을 보호하는 센터임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백골단이 쇠파이프로 강경대 학생을 죽인뒤 백골단은 해체되었다고 했으나 실제 시위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이 사라진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가진 이들의 언론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는 신장되었을지 모르나 못 가진 이들은 점점 더 거리로 내몰리고 그들을 막아나서는 집회 시위 현장의 폭력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시위 참가자들은 차라리 한 겨울에 물대포를 쏘느니 최루탄을 다시 쏘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차라리 꽃다운 젊은이 대신에 백골단 아저씨들을 다시, 대폭 양성하라고 경찰과 정부에 요구해야 할 지경이다. 수많은 인권시민단체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기동대 해체 뿐만이 아니라 전의경 제도 자체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농민대회 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 철거민들을 비롯한 많은 시위 현장의 피해자들도 피해자들이지만 그 현장에서 흥분과 열기로 인해 그리고 동료애와 전우애로 말미암아 시위대의 기본권을 일선에서 침해하게 되는 전의경들도 분명 피해자이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국방의 의무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으로 대신하고 있는 그들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이 정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시키며 폭력범으로 살인범으로, 인권침해사범으로 내몰 것인가. 언제까지 경찰의 수장들과 지휘 책임자들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 아랫 것에 책임전가를 시키며 면피를 하고 입으로는 인권수호를 외칠 셈인가.

경찰이 진정 '인권'을 입에 담으려면, 경찰청에 진정 인권보호기관이 존재한다면 시위대로부터 권력기관을 보호하기 이전에, 인권단체 사람들로부터 경찰청과 센터를 보호하기 전에 이와 같은 문제부터 심각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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