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암의 詩로 읽는 세상(1)

검토 완료

이종암(bluewind65)등록 2005.12.15 14:52

이종암의 詩로 읽는 세상(1)




시인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
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
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
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
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
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
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
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
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
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

문학교과서를 가르치다가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인은 저 나무와 새, 돌과 바람에게도 말을 거는 사람이다, 라고. 그렇다. 시인은 별종(別種)의 인간이다. 이 세상 어떤 사물로도 시를 쓴다. 그것이 시인과의 내밀한 인연이 닿기만 하면. 혹한의 겨울 추어탕집 앞 고무함지 속에 결빙되어 있는 미꾸라지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보고 정호승 시인은 "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이라 명명한다. 그렇다, 모름지기 시는 진실된 온몸으로 써야하는 것이다.

-이종암(시인)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