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방패용 전투경찰, 아직도 필요하세요?

[주장] 전투경찰, 입법 취지를 재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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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shyoo)등록 2005.11.28 17:11
최근 경찰의 시위진압 과정에서 다친 한 농민이 죽었다. 사망원인에 대해서 가해측과 피해측이 설왕설래 하고 있다. 전시도 아닌, 간첩도 아닌 한 농민의 죽음이 전투경찰의 물리력이 연관돼 있다는 것은 사인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투경찰은 1970년 12월에 제정된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따라 도입됐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신분상 군인들이 민간인 행사나 시위에 등장하는 드문 사례다. 민주주의가 너무 무르익어서 이제 개혁도 좀 해야겠다고 표방하는 현 정권하에서까지 등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등하불명의 우가 아닐 수 없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제1조1항은 ‘간첩(무장공비를 포함한다)의 침투거부·포착·섬멸 기타의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지방경찰청장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찰기관의 장 또는 해양경찰기관의 장 소속하에 전투경찰대를 둔다고 돼 있다. 치안업무라는 포괄적인 위임사항을 두면서 대간첩작전보다 시위진압에 더 많이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출범부터 1985년 5월까지 시위진압에 동원된 전투경찰은 연 184만명에 이른다. 1987년 ‘6.10대회’에는 무려 6만여명의 전투경찰이 동원됐다. 이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역시 각종 집회 때면 어김없이 전투경찰이 동원돼 집회를 원천봉쇄한다거나 공권력으로 해산시켰다.

다만 정권의 정통성을 자부한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선거공약에서 의무전경을 정규경찰로 대체해 치안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립서비스가 됐지만 그만큼 제도의 모순을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제도가 정통성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자랑하는 참여정부 하에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버젓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헌법재판가 현역군인의 전투경찰 전환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지만 법률의 제개정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몫이다.

전투경찰대설치법을 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조항이 있다. 제10조제3항은 ‘상관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상관은 직업 경찰을 뜻한다. 직업 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금 낸 국민을 폭행, 시위를 성공리에 진압하면 포상을 받고, 폭행을 지시한 상관을 폭행하면 징역형을 받는 모순이 내포된 조항이다.

전투경찰 제도는 국민적 시각에서 정권안보용, 정권의 방패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차출돼 온 병사들의 불만과 양심적 갈등이 혼재돼 있다. 이런 불만은 폭력진압으로 이어지고 오늘날과 같은 불특정다수의 공원력에 의한 죽임이 발생하고 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시위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막으면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진압하는 경찰은 뚫리면 전쟁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심리일 것이다.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먼저 감정선을 건드리거나 폭력적인 행동이 나오면 맞폭력이 나오는 것은 불가지상사다.

사태 예측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위진압 방식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최루탄을 없애고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평화시위를 유도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진압 상황이 오면 무자비한 폭력을 앞세우는 것은 여전하다.

전투경찰대가 방배의 하단을 뜯어내고 날을 세우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직업경찰들,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닌 줄 알면서 집단속에서 죄책감을 망각한 채 행동하는 전투경찰들. 이제는 변화되거나 없어져야 한다.

일제시대 동족을 유린한 악랄한 경찰이나 시위대를 향해 칼날 같은 방패날을 날리라는 현재의 경찰과 다른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전투경찰의 본연의 임무인 대간첩작전은 현재의 남북관계 속에서 역할론이 대폭 축소된 것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육해공군의 입체적인 작전으로도 충분히 국지적인 대간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것도 어렵다면 국방비를 내는 국민들을 납득시킬만한 군사적 긴장이 존재하는 지, 되묻고 싶다.

시위 문화는 경찰의 물리적인 진압이 없으면 민주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생각한다. 고장난명이라 하지 않았는가.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는 성숙한 경찰과 시민의식은 동반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날 세운 방패를 모두 고치고 본연의 푸른색 제복으로 돌아가는 순서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폭력 시위를 일삼는 이들을 꾸짖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에 묻는다. 국민을 위한 방패가 아닌 국민을 때리는 방패가 아직 필요한지를. 평생 땅에 허리를 굽히고 농사짓던 한 농민의 죽음 앞에서도 관련법의 존치가 정당한지를. 관련법에 대한 재고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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