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바라보는 ‘교원 평가’

교원 평가를 하면 교사의 질과 교육의 질이 높아질까?

검토 완료

이부영(eboo0)등록 2005.11.22 17:55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같은 학년 아이들이 똑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보면 한 반 아이들 점수가 유난히 높게 나오는 것이다. 다른 반에서는 최저 점수 60점대에 90점 넘는 아이들이 한 두 아이 될까말까한데, 그 반 아이들은 최저 점수가 80점이 넘고, 90점 넘는 아이들이 열댓이나 됐다.

그 반 학부모들은 담임 선생님의 지도력이 탁월하다고 하면서 ‘참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90점이 넘는 아이들 엄마는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 교육에 고생하신다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모셔서는 비싼 저녁도 사고 노래방도 가고 그러는 모습을 봤다.

아이들은 엇비슷하기 마련이고 점수 차이가 나봤자 열 명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를 보지 못해서 한 반을 제외한 다른 반 교사들은 참 의아해 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지도하는 능력이 우리와는 다른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반 시험지를 보게 됐는데 정말 놀라웠다. 틀린 것까지 다 맞게 채점해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 교사의 지도력이란 바로 채점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평소에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고, 또 채점한 시험지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은 채, 오직 눈에 보이는 높은 숫자만 보고는 ‘우리 아이 기를 살려주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칭찬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 그 반 담임 교사는 붓글씨를 제법 잘 썼는데,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가훈을 써 주고는 표구를 해 오게 해서 교실에서 가훈 전시회를 화려하게 열었다. 또 아이들 집에 자주 전화를 해서 아이들을 칭찬해 준다고도 했다. 그 반 엄마들은 ‘참 훌륭한 선생님이다’면서 연실 교실에 보따리 싸 들고 드나들었다. 옆에서 보기에 참 기가 막혔다.

문제는 모든 아이들에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선택된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그야말로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그 교사는 자기 말로도 학기 초에 가정 환경을 보고는 학부모가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다른 말로 가정 형편이 넉넉한)’ 몇 몇 아이들을 ‘키워 준다’고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 반에서 열 명 정도 학부모와 아이를 그렇게 ‘관리’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보니까 그 교사는 아이들보다 학부모에게 유난히 더 상냥하고 친절했고, 학부모 눈에 잘 보이는 일에만 열 올렸다. 그래서 그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훌륭한’ 교사였다. 물론 ‘그 선생은 선생도 아니다’는 말도 들렸지만,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못난’ 죄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서 말도 못하고 죄인처럼 숨죽이며 감히 겉으로 드러내서 말 할 수 없었다. 그 뒤에도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준’ 그 반 학부모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라며 옛 ‘스승’을 찾아온다.

이 교사는 평소 동료 교사들과 잘 어울려 다녔다. 동료 교사들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교사들은 이 교사에게 인간성이 좋다고 했다. 물론 학교 일에는 먼저 나서고, 관리자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잘 해서 관리자는 틈만 나면 이 교사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 근평 점수를 잘 받았을 것이고, 이 교사는 현재 승승장구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금도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같은 교사로서 이런 교사들은 ‘잘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실제 당하고 있고 당해 본 학부모들은 더욱 절실해서 요즘 ‘교원 평가’를 꼭 해야한다는 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교원 평가’를 하면 이런 교사들을 과연 ‘잘라’낼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사람들이 ‘교원 평가’에서 더욱 더 살아남아 남보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정말 그렇다. 대신 잘 보이는 것보다 오직 아이들 편에 서서 한 두 아이 편애 안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는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 뻔하다. 학부모들은 오로지 내 자식에게 잘 해 주는 교사에게 높은 점수를 주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주위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는 ‘왜 너만 튀느냐?’고 동료 교사들의 눈엣 가시가 되어 동료 교사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을 리가 없고, 대신에 그들끼리는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면서 서로서로 높은 점수를 얹어 주게 된다. 분명 그렇게 될 게 뻔하다. 그동안 같이 술 먹고 고스톱 치면서 형님 아우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지내온 세월이 얼만데, 누가 누구에게 점수를 안 준단 말인가? 학부모들이 아무리 좋지 않다고 해도 ‘2세 교육에 힘쓴 공이 투철하여’ 교육장상, 교육감상 다 받는데 누가 누구를 자른단 말인가?

올해 나는 2학년 담임을 하면서 2학년 아이들에게는 시험지 풀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교실 밖에서 하는 활동을 많이 해 왔다. 그런데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2학년 4반은 공부는 안 가르치고 맨날 놀기만 하는 것 같다’고. 교실이 늘 떠들썩하니 우리 반은 ‘생활 지도’가 엉망이라 할 거고, 게다가 아이들 잘 가르치는데 걸림돌이 되는 부장같은 직책을 안 맡아 학교 일을 잘 안 하고, 학교 행사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니 교원 평가를 하면 나는 좋은 점수 받기는 애저녁에 글렀다. 어떤 교사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지 알기에 나는 그 누구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기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교원 평가를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교원 평가에서 나를 포함한 교사 누구라도 교사의 ‘질’이 낮다고 평가됐다면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여 년을 학교에서 지내 본 결과, 교육부에서 주장하는 교원 평가로는 교사의 ‘질’은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거니와 질이 낮은 교사를 잘라낼 수도 없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아무리 학교 밖에서 교원 평가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학교 안에 있는 교사들은 안하게 된다면 그냥 좋은 거고, 한다하더라도 ‘하면 하는 거지 뭐.’, 또는 ‘그래 해 볼 테면 해 보라지.’ 아무 걱정 안한다.

이번 ‘교원 평가’ 논란 속에서 분명한 건, 교육부에서 주장하며 진행하려는 ‘교원 평가’로는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교육의 질을 결코 높일 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아이들 교육보다는 오직 승진에 목 맨 교사들한테 필요한 ‘실적’이나 ‘승진 점수’를 높여주는데 기여는 무진장 하겠지. 그동안 모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진행해 온 모든 교육 정책이 그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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