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맞벌이 부부 자녀의 일기

아들 친구가 놓고 간 아픈일기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검토 완료

송영애(go0330go)등록 2005.11.15 15:00
어느 맞벌이 부부 아이의 일기

송영애

2005년 10월 3일

오늘 놀았다.
나는 다 놀고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다 먹고 tv를 봤다.
나는 tv를 다 보고 컴퓨터를 했다.
나는 컴퓨터를 다하고 밖에서 놀았다.

2005년 10월 6일

오늘 집에서 놀았다.
나는 집에서 다 논 다음에 tv를 봤다.
나는 tv를 다 본 다음에 밖에서 놀았다.

2005년 10월 12일

오늘 놀았다.
나는 재민이네 집에 가서 tv를 봤다.
나는 재민이네에서 tv를 다 보고 pc방에 갔다.
나는 재민이하고 pc방에서 건즈라는 게임을 했다.
나는 집에 와서 tv를 보고 컴퓨터를 했다.
동생이 배가 고프다고 밥을 달라고 했는데 밥이 없었다.
조금 있다가 동생은 그냥 잠을 자버렸다.

2005년 10월 22일

오늘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고 놀았다.
나는 tv를 봤다.
나는 tv를 다 보고 컴퓨터를 했다.
나는 게임을 다하고 동생이랑 놀이터에서 놀았다.
밤이 되자 놀이터에 아무도 없어서 집으로 왔다.
엄마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동생과 컵라면을 끓여먹었다.

2005년 10월 27일

오늘 놀았다.
나는 tv를 봤다.
나는 tv를 다 보고
동생이랑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다.
나는 동생이랑 다 논 다음에
집에 와서 컴퓨터 게임을 했다.

2005년 10월 29일

오늘 놀았다.
나는 tv를 봤다.
나는 tv를 다 보고 라면을 먹었다.
나는 라면을 참 좋아했는데
맨날 먹으니 이상하게 라면 맛이 없어지는 것 같다.
라면을 다 먹고 동생이랑 놀이터에서 놀았다.
다 논 다음에 집에 와서 컴퓨터를 했다.

2005년 11월 8일

오늘 짝이 바뀌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짝이 바뀌자마자 불행했다.
왜냐하면 시현이랑 짝이 돼서이다.
나는 시현이랑 짝이 돼서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시현이랑 짝을 하니까
속이 좀 울렁거렸다.
--------------------------

그 후로도 초등학교 3학년인 그 아이의 일기에는
밖에서 놀고 게임하고
tv를 보고 동생을 돌보고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고 적혀있었다.
우리네 많은 맞벌이부부자녀들의 아픈 나날들이 아닐까.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