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위메이드도 노렸다?

그라비티가 위메이드를 만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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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택(luster)등록 2005.10.17 16:10
그라비티 김정률 前회장이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EZER에 지분을 전략매각한 시점으로부터 3주 전.

김 前회장과 전략기획실 김모 이사는 은밀하게 위메이드 박관호 사장을 만났다.

이들의 만남이 알려진 것은 9월 말께다. 위메이드가 샨다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한창이던 때로 ‘그라비티의 위메이드 인수설’이 나온 것도 이쯤이다.

“악성루머 퍼져 개발자가 안온다.”

위메이드 박관호 사장은 ‘샨다 인수설’로 어수선한 와중에 ‘그라비티 인수설’까지 나돌자 골머리를 앓았다.

곧 해외로 넘어갈 게임업체에 개발자들이 들어올 리 없었기 때문이다. 5개의 신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위메이드의 가장 큰 갈증은 좋은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외부 인수설에 대해 박관호 사장은 “위메이드를 샨다에 매각한다는 내용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으로 우리쪽에서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며 “그라비티와는 일부 지분 이야기가 오갔지만 일상적인 만남의 수준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그라비티와 위메이드의 만남은 한번으로 끝났다. 얘기가 진전되기도 전에 그라비티 김정률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EZER에 자신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만났을까?

그라비티는 위메이드가 중국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좀더 여러 나라에 진출하기 위해 그라비티의 해외 네트워크망을 이용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위메이드가 <창천> <크림프> <프로젝트 산> 등 5개의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관호 사장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문제는 그라비티가 위메이드의 지분을 매입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고 위메이드의 증자에 참여해 우군이 되어주겠다고 한 점이다. 위메이드는 그동안 증자에 대한 욕구가 있었지만 액토즈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40%의 지분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내기 위해선 우호지분이 67%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그라비티가 증자에 참여하고 싶다고 나섰다. 증자를 통해 액토즈소프트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대신 우군인 그라비티의 지분이 높아진다면 위메이드에게는 해볼 만한 시도였다.

하지만 박관호 사장은 그라비티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박관호 사장은 “수많은 투자회사에서 지분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아군이 될지 적군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그라비티를 무조건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지분 인수노력 왜?

그렇다면 그라비티가 위메이드의 지분을 매입하고자 한 배경은 뭘까? 여기서 올해 그라비티를 둘러싼 대외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샨다에게 위메이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최근 액토즈소프트가 샨다와 <미르의 전설 2>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곳 역시 위메이드다.

샨다는 기회만 된다면 위메이드를 인수하는 것이 속 시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샨다와 감정의 골이 깊은 위메이드가 협상테이블에 나올 리 없었다.

결국 샨다에게는 소프트뱅크와의 연결고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샨다의 주식 15.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지난 2003년에 샨다에4,000만 달러를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10배가 넘는 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액토즈소프트가 샨다에 넘어가고 그라비티가 EZER에 넘어갔지만 사실 큰 구도에서 보면 두 회사 모두 소프트뱅크의 손아귀로 들어간 셈이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샨다를 통해 위메이드를 인수할 수 없다면 그라비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라비티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위메이드를 만났고, 위메이드의 해외진출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관호 사장 “속을 뻔했다.”

하지만 박관호 사장은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관호 사장은 최근 ‘위메이드의 샨다 인수설’이 나온 것 역시 샨다 쪽에서 먼저 퍼뜨린 악성루머라고 생각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을 퍼뜨려 궁지에 몰아넣을려고 했다는 것이 박사장의 생각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소프트뱅크의 ‘온라인게임 시장 장악 시나리오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소프트뱅크는 2대 주주로 있는 샨다를 통해 액토즈소프트를 흡수했고 자회사인 EZER을 통해선 그라비티를 대놓고 인수했다.

비록 ‘위메이드 인수 시나리오’가 흐지부지 됐지만 소프트뱅크의 제2, 제3의 한국 온라인게임업체 인수시도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관호 사장의 위메이드 운영을 위한 밑그림은 명확하다.

박사장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현재의 지분구도를 빨리 해결하고 자유로운 개발사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유망한 국내 개발사가 외국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풍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라비티 매각 전에 어떤 일들이?>

<이야기1> 그라비티 압박용카드 ‘북두의권 온라인’

지난 6월 말에는 일본 겅호에서 깜짝발표가 있었다. 만화로 유명한 ‘북두의 권’을 온라인게임으로 만든다는 것. 겅호는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북두의권 온라인>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표다. 겅호가 <라그나로크>의 계약연장 건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점에 뜬금없이 <북두의권 온라인>이 튀어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모 투자업체에서는 겅호가 독자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해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귀뜸까지 해줬다.

물론 그라비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라그나로크> 연장계약을 무기로 협상테이블에서 우위에 섰던 그라비티의 전세가 갑자기 불리해진 것.

이 쯤에 소프트뱅크가 그라비티 김정률 회장을 만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야기 2> 그라비티-샨다 묶은 소프트뱅크

지난 7월에는 그라비티에서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대만 소프트월드가 맡았던 라그나로크 퍼블리싱 권한을 뜬금없이 샨다로 넘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였다.

샨다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대만, 중국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에서는 대성공을 거둔 라그나로크가 대만에서 큰 호응을 못 얻은 것은 소프트월드의 서비스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뉘앙스였다.

그 당시에는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본다면 이 또한 소프트뱅크의 예상된 시나리오였을 가능성이 크다.

6월 말에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겅호가 <북두의권 온라인>을 발표하고 보름 후 그라비티와 샨다가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뭔가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 아닌가?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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