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을 털어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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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ufoi)등록 2005.10.16 08:52
지요한은 만약 일이 잘못 될 경우 이 사건에 대해 완전히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요한 자신에게 남아있는 약간의 인간적 고뇌가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지요한과 박형사가 옷을 갈아입고 전만희의 집 앞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여성단체 회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부상을 입은 전경들만이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5분이 경과했을 즈음 서너 대의 앰뷸런스들이 도착해 부상자들을 옮겨 실었다.



대부분의 부상자들은 전경들이었다. 성난 여성단체 회원들이 할퀴고 물어뜯는 바람에 얼굴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남자라지만 10여 명의 대원들이 50여명이 넘는 성난 여자들의 분노를 당해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하나 둘 부상자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전만희의 집을 떠났다. 10여분 후 어떻게 된 일인지 전만희의 집을 지키는 전경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전만희의 집은 생각보다 소박해 보였다. 집 안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대부분 고풍스러워 보이는 도자기나 산수화 같은 그림들뿐이었다. 석철은 대번에 그것들이 최소 수천에서 수억을 호가하는 골동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석철과 범식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구석구석 전만희의 집을 훑어 내리던 석철이 전만희의 서재 책꽂이 뒤쪽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금고를 발견했다. 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금고였다.



석철이 금고에 귀를 대고 다이얼을 돌렸다. 이런 금고쯤이야 석철에겐 백 개, 천개라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범식이 기대어린 눈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이윽고 철컥 소리를 내며 금고 문이 열렸다. 번쩍 번쩍 빛나는 수십 개의 금괴와 다이아몬드와 각종 보석들이 금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동안 석철도 수많은 부잣 집을 털어봤지만 이렇게 많은 보석과 금덩이를 집안에 숨기고 있는 집은 없었다. 20억은 족히 되어 보였다.



‘29만원 밖에 없다더니.. X새끼..’



범식이가 중얼거렸다.


이 보석들이 전만희의 것인지 아니면 전만희의 부인 이숙자의 소유로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들이 찾는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에 앉아 있는 지요한은 입술이 바짝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석철과 범식이 들어간지 벌써 40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초조하기는 박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전만희 부부가 돌아오려면 아직도 5~6시간은 더 있어야 했지만 잠시 후면 전만희의 집으로 교대 병력들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돈을 찾든 못 찾든 지금 당장이라도 석철과 범식이 집 밖으로 나오기를 박형사는 은근히 바랬다. 이런 시도만으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것이 박형사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요한은 달랐다. 전만희의 집을 몽땅 뒤집어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각을 결코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석철과 범식을 데리고 나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박형사는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중형차 한 대가 전만희의 집 앞에 멈춰서더니 운전석에서 전만희의 아들 전현칠이 내렸다. 그러고 나서 곧 뒷자리에서 전만희와 부인 이숙자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지요한과 박형사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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