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도 공부하자

서울체고, 2006 신입생 선발부터 최저학력 기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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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mlponty)등록 2005.10.08 16:23
중학 내신성적 90% 미만일 경우 합격 배제

공부와 운동을 겸비한 운동부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한 학교에서 시작됐다. 서울체육고등학교(서울체고)는 2006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중학교 국어, 사회, 체육, 영어 과목의 내신성적 90% 미만이 될 경우 합격에서 배제시키는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학교 운동부 학생들이 학업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서울체고의 최저학력 기준 제도 시행은 운동부원 교육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

우선 서울체고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선수들의 경우 앞으로 학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또한 최저 학업성취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업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부학생들의 수업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참여율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운동부 학생들이 수업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그들이 수업에 참여할 필요성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두 가지 제도적 원인에 있다.

첫째,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과열경쟁이다. 양 체전이 다가오면 학교에서는 수업을 전폐하고 오로지 훈련에만 열중하는 운동부의 모습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양 체전의 과열경쟁은 각 시도간의 ‘메달 경쟁’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운동부학생들은 이같은 ‘메달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학습권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학입시에서 특기자를 선발할 때 거의 전적으로 경기실적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운동부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나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어쩌면 그들에게 공부는 오히려 불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운동기능만을 연마하여 올림픽 메달을 따거나, 프로스포츠 선수로 진출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운동부 학생들은 사회 진출을 위한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처지이다. 결국 운동부 학생들도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며,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야 하는 만큼 최소한의 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성공하는 선수들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기본적 학업을 병행해야만 한다.

우리는 종종 외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가운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선수들의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스포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학교운동부 학생들과 엘리트체육인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인식 앞에 마주하고 있는가.

비록 일개의 학교이지만 서울체고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공부하며 운동하는 운동부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노력이 서울체고만의 몫은 아니다. 학교운동부 학생들을 공부하도록 노력하고 지도하는 것은 체육인과 더불어 우리 사회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생을 길러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일차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교육청에서 추진하여야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학교운동부 학생들이 최소한 정상수업이라도 마친 후에 운동하도록 정책적으로 조치한다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학교운동부의 개선을 위한 한 학교의 작은 노력이지만, 이를 계기로 공부하며 운동하는 운동부 학생들의 새로운 전환의 전기를 정책 당국에서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선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의 적극적 동참은 물론, 엘리트체육 담당기관인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도 당장의 경기력보다 엘리트체육 인식 전환을 위한 대국적 견지에서 정책적 노력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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