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선생님, 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분노는 부당한 것인가?

검토 완료

김성룡(ufoi)등록 2005.09.27 12:15
9월 26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소설가 복거일씨의 글을 읽고 착잡한 심정이 앞섰다.

학생운동이니 이념이니 좌익용공이니하는 말들과는 전혀 인연도 없는 내가 마치 좌익용공 세력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 까지 했다.

그와 함께 재벌들의 부정축재에 대해 분노하는 나의 감정이 과연 비이성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도 일었다. 많은 생각 끝에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복거일 선생님께서 쓰신 내용에 대해 반대되는 내 견해를 함께 실어본다.

복선생님께서는 "재벌에 대한 공격은 실질적으로는 성공한 기업들을 골라내서 벌하는 일" 이라고 말씀 하셨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복 선생님의 글에도 나와 있듯 이들 기업의 성공 뒤에는 정경유착의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 스포츠에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승리는 그 승리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사안에 따라 선수의 자격을 박탈하기 까지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공격? 은 사실은 기업이 아닌 족벌 경영을 하고 있는 재벌에 대한 것이다.

재벌 = 기업 이라는 구태의연한 등식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라고 생각한다.
불과 5%도 안되는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개인의 소유처럼 좌지우지 하려는 재벌들의 지나친 욕심은 이제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꼭 그래야만 한다면 편법과 탈법이 아닌 적법한 절차를 밟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재벌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복선생님께서는 또 "부패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는데, 유독 재벌기업에만 높은 도덕적, 법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고 말씀 하셨다.

그동안 치외법권처럼 여겨졌던 정보기관(국정원)까지 법의 심판대에 올라와 있는 마당에 이런 말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만약 복선생님의 말이 사실이라해도 죄가 있음에도 지난 일이니 앞으로 잘 하면 되지 하면서 눈 감아주는 일은 논리적이고 정의로운 일에 속하는지 묻고 싶다.


복선생님께서는 또 "초강대국에서 초우량 기업에 이르기까지 질시와 증오를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공격은 전체주의 이념에서 나왔고 자본주의 체제를 허물어뜨리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고도 말씀하셨다.

이 부분을 읽고 있으면 재벌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마치 한국의 볼셰비키 혁명이라도 일으키려는 불순한 세력처럼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핵심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민초들의 불만이다.

재벌들의 부를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적법하지 않은 부의 축재 과정을 질타하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들이 불익을 받고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얻을 수 없고 무엇보다도 부패하고 부정직한 사람들이 더 많은 이득을 보는 것에 대한 분노이며 이를 바로잡자고 외치는 것이 어떻게 이념과 체제를 흔드는 일이 되는 걸까?

이는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여 재벌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것 처럼 보인다. 그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애초부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그 누구도 그들의 성실함에 침을 뱉지 않았을 것이다.

카네기나 록펠러 같은 존경받는 외국의 기업인들의 예는 많다. 그렇다면 우리국민들이 유독 부자들을 질투해서 감정적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말씀이신지..?


복선생님께서 또 "1930년부터 국수주의자들은 정치인과 기업가들을 암살하기 시작했다. 희생자들 속엔 미쓰이(三井) 재벌의 총수 단 다쿠마(團琢磨)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 행동이 불러온 사회 불안으로 의회 정치는 끝났고 군부의 전체주의적 통치가 나왔다." 고 말씀하셨다.

이 부분은 복선생님께서 뭔가 잘못 아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대공황은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 불황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자 일본에서도 재벌을 반대하고 부의 공정한 분배를 주장하는 죄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좌파의 이러한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던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들(국수주의자들)이 좌파를 탄압하고 테러를 가했다. 복거일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국수주의자들이 정치인과 기업가들을 암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제국주의를 앞세워 더 큰 전쟁을 일으키려던 국수주의자들이 일본의 군사팽창주의를 반대하던 정치관료들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재벌을 반대했기 때문에 한 행동은 아니었다.

재벌에 대해 반대하고 개혁을 주장했던 것은 국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좌파였다. 사회적으로도 강자인 국수주의자들이 재벌을 반대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복선생님 말대로라면 일본은 지금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있어야 한다.


복선생님은 마지막으로 통념과는 달리 재벌이‘좋은 기업 형태’이며 우리 사회의 특수한 환경에 맞도록 진화했으므로 지금 그보다 효율적인 기업 형태는 없다 고 말씀하셨다.

결국 이 말씀은 어찌 들으면 재벌이 부당한 일을 저질렀지만 좋은 기업 형태? 이니 일단 그냥 덮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씀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환경에는 재벌 기업형태가 경쟁력이 있고 그로인해서 당장은 국민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조금 배가 고프더라도 학연지연이 아닌 정직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대우받고 노력한 만큼 얻고 죄를 지은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을 받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한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거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에 국민들은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국민의 분노는 정당한 것이고 그러기 전에 재벌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털어버릴 것이 있으면 깨끗이 털어버리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