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에게 묻는다

지진 다발지역에 핵폐기장을 지을 것인가?

검토 완료

김영진(seulk)등록 2005.09.06 14:47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5월 25일 발표한 보도자료. 최근의 국내 지진이 평양-군산-경주를 잇는 ‘L’자 형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김영진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5월 25일 발표한 보도자료는 군산을 지진이 잦은 지역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보도자료는 현재 건설되어 있는 핵발전소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배포한 것이었는데, 여기서 "최근의 국내 지진은 평양-군산-경주를 잇는 'L'자 형상을 보이고 있으며"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핵폐기장 시급하니 수용성 높은 지역에 짓자?

"처분장은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 역사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 규모 및 진도가 낮고, 또한 그와 같이 예상되는 지역이어야 한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천층처분 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과학기술부 고시 제2002-24호(2003. 1. 6.)) '제8조(지진)'에 적혀 있는 말이다. 자, 대답해 보라. 국가가 제시한 기준에 맞지도 않는 지역을 볼모로 용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산자부와 한수원은 특별법 제정 직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부지 선정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진다발지역이 후보지로서 가능한 것처럼 방치해 놓는 게 과연 '투명하고 객관적인 부지 선정 절차'인가? 군산과 경주가 핵폐기장 부지로 가능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는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수용성'을 이야기하며 이들 지역을 포함하여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인 지역을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주민투표라는 것도 그렇다. 2003년 부안 사태 때 부안 주민들이 주민 찬반 투표를 강력하게 요구하자 정부는 국책사업은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사이 핵폐기장 건설 사업이 국책사업이 아니라 도책사업이나 시책사업으로 바뀌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군산 핵폐기장 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비응도는 국가산업단지 옆에 있는 '육지'다. 군산 시민 50%가 밀집해 사는 나운동, 수송동, 소룡동, 산북동이 바로 그 근처에 있다. 27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핵폐기장을 짓는 나라도 있는가? 이 부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군산 미 공군기지도 있다. 핵폐기장을 군사 시설 옆에 지어도 되는 것인가? 더 가관인 건 미 공군 폭격장 만들겠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직도가 이 핵폐기장 예정 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경주의 경우도 그렇다. 핵폐기장 부지 후보지인 양북면 봉길리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곳이다.

핵폐기장 문제, 지난해 9월로 돌아가라

거듭 묻겠다. 정부가 나서서 지진다발지역이라고 발표한 군산과 경주에 바로 그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가 나서서 핵폐기장 건설이 가능한 것처럼 여론몰이해도 되는가? 지진다발지역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기들끼리 구멍 몇 개 뚫어보고는 활성단층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핵폐기장 부지로 가능한 것처럼 떠벌리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지자체가 한 일이라고 떠넘기지 말기 바란다. '눈 가리고 아웅'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3천억 원 들먹여가며 주민투표를 3개 지역 이상에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산업자원부의 꼼수를 못 읽을 사람도 있을까.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이르는 말)로는 안 된다. 부안을 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군산을 이용했던 재작년 일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 사회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로 핵폐기장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던 지난해 9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어디든 좋으니 꼭 짓고 말겠다는 '역사적 사명'만으로 덤벼들면 대한민국 어디나 "부안"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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