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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걸작 Sci-Fi 영화.
공상과학영화는 일반적으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때로 그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때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다시 인간이 통제권을 회복하면
해피엔딩이고 못하면 인류멸망의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다.
<프랑켄스타인>,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브라질>,
<매트릭스>, <에일리언>등의 영화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이런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될 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술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두고 인간과 인간, 또는 영웅과
악당이 어떻게 갈등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타 워즈>는
공상과학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스페이스 오페라, 스페이스 대하
드라마라고 부르는 게 더 낫다.
<솔라리스>는 목성의 바다 솔라리스를 탐사하러간 소련의 과학
자들을 다룬 영화이다. 솔라리스는 특이하게도 솔라리스에 접근
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복제해주는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목성에 있지만 지금 지구에 있는 내 아내를
간절히 보고싶다면 그 아내의 클론을 만들어서 나에게 보내준다.
목성으로 파견된 크리스 켈빈(도나타스 바니오니스)는 사별한
아내 하리(나탈리아 본다르추크)를 간절히 보고싶어하는데
어느날 자기 앞에 나타난 하리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크리스는 그녀를 소형우주선에 태워
멀리 떠나보내지만 다음날 다시 그 앞에 다른 하리가 나타나자
이내 체념하고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와 누리지못했던
부부생활을 다시 꾸리려하지만 동료과학자가 이 사실을 하리에게
말하게 되고 자기 자신이 진짜 하리가 아닌 복제품임을 알게 된
하리는 못내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탄생과정
을 겪은 생명체가 아닌 복제인간이기에 사망과정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하리는 죽지도 못하고 자기가 가짜라는 사실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살게 된다.
최근에 황우석/이병천 교수팀이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는데, 그 복제된 개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게
좋은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인간을 복제한다면
복제된 인간의 입장에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 또는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비단 이런 문제는 <솔라리스>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니라 리들리
스코트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컨트들의 고민과도
연관이 있다.
<솔라리스>와 비교해서 보면 재밌는 영화가 바로 스탠리 큐브릭
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다. <2001>은 뼈다귀 하나가
하늘에 날르는 장면을 바로 우주선 장면으로 연결함으로써
아무리 기술차이가 있다할지라도 결국 뼈다귀나 우주선이나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도구적 이성은 예나 지금
이나 별 차이가 없음을 암시한다.
<솔라리스>의 상영시간은 165분으로 무척 길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간절한 염원과 고통에 공감한다면 그렇게 지루하지만도 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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