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니디는 왜 죽어야 했을까?

역사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밝히는 한국의 "짐 게리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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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kame1004)등록 2005.07.20 11:10
1960년대 미국을 「반항의 시대와 질서의 모색」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 동안 미국 사회에서 소외되어 왔던 집단들이 자기들의 불행한 처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의식화된 소외 집단들에게 있어서 미국 사회는 소수의 손에 힘이 집중되어 있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사회로 보였고, 미국적 생활의 약속으로 믿어 왔던 기회 균등의 실현이 불가능해져 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시기 1960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매사추세츠 출신의 상원의원이며, 자유주의자인 존 F 케네디와 텍사스 출신의 노련한 정치가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가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된다. 43세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는 뉴 프론티어(New Frontier)라는 정책으로 자유주의적으로 이상주의적 정책을 펴나갔다. 풍그리고 요 이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구조적인 빈곤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그는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 법무장관과 함께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케네디는 자유주의자로서 세계가 여러 개의 힘의 중심을 가진 「다양성이 세계」임을 강조하고, 세계 인구의 6%밖에 안 되는 미국이 나머지 94%의 인류에게 미국의 의지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미국의 역할에 일정한 한계를 그었다. 세계를 그처럼 다양하게 만든 것은 민족주의의 힘이라 생각하여, 약소 민족의 민족주의 운동, 독립국가 건설이 자유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였다. 그리하여 케네디는 신생국에 대한 원조의 방향을 군대 건설에서 경제의 현대화로 돌리고, 공산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빈곤을 없애려 하였다. 이를 위한 조치로는 평화식량계획( Food for Peace Program)과 개발도상국에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평화봉사단(Peace Corps) 등이 있다. 그리고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여 미국인들에게 이상과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케네디의 인기가 절정에 오른 듯이 보이던 1963년 11월 그는 텍사스의 달라스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던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워렌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 위원회의 보고에 의하면, 불만에 가득찬 공산주의자 리이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인과 배후에 관해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이 오스왈드가 재판을 받으러 가는 도중 술집 주인인 잭 루비(Jack Ruby)에 의해 살해됨으로써, 사건의 진상을 더 이상 파헤치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로써 1000일의 짧은 기간의 케네디 시대는 끝이 났다.

짧은 내용이지만 케네디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사망에 이르는 기간을 살펴보았다. 영화 JFK는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짐 개리슨이라는 검사의 활약상을 통해 역사적 사실 뒤에 감추어진 진실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델라스를 방문중이던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암살당한다. 대통령의 죽음이 발표되면서 케네디 대통령이 모종의 음모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하자 월 웨렌을 위원장으로 특별수사팀이 구성된다. 결국 오스왈드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한 욕망으로 대통령을 단독 살해했다는 발표를 하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뉴올리안즈의 지방검사 짐 개리슨은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에 의심을 품고 단독 수사 끝에 은퇴한 사업가 클레이 쇼를 다시 기소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서둘러 무죄 석방되고 짐 개리슨은 파면당한다. 그러나 게리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수사를 바탕으로 CIA국장과 부국장, 쿠바망명자 모임, 델라스 경찰, FBI, 나치 지하단체, 그리고 KKK단을 기소하지만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고 만다.

어느 시대, 장소, 국가를 불문하고 정치 지도자에 대한 암살의 기도와 실행은 항상 있어왔다. 존 F 케네디의 암살도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암살, 음모로는 역사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역사라는 큰 흐름은 몇 개의 집단이나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당했다. 아직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워렌 보고서뿐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모두 믿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영화에서 제기된 여러 수사상의 문제점과 정황, 증거, 증언이 웨렌 보고서의 내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짐 개리슨 검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드라마틱하게 때론 다큐멘터리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케네디가 마지막으로 저격당할 때의 녹화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케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케네디 암살 기도가 정치인의 암살 중 가장 추악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추악한 의도라는 것은 영화에서 본 바대로 공식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얘기하는 암살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질서의 보호 즉 기득권의 유지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자유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인 케네디 대통령은 기존의 대내, 대외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책을 제시했다. 기존과 다르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로 불편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막판에는 이전의 고상하고 점잖은 모습을 버리면서까지 질서를 깨뜨리는 세력을 제지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 세상의 일면이고 정치적 현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X(도널드 서덜랜드 분)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개리슨 검사에게 누가, 어떻게, 케네디를 죽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케네디를 죽였는가?” 하는 점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얘기하면서 승리를 예측할 수 없지만 사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개리슨 검사를 격려한다. 영화에서 X는 여러 정황을 예로 들며 케네디 암살의 배후를 지목한다. 대통령의 암살의 수법이 자기가 전에 근무했던 국방성의 수법과 비슷하다 점과 뉴질랜드의 암살 신문보도가 미국보다 빨랐다는 점, 그리고 보수 권력층(공화당과 남부출신 정치가)과 케네디와의 갈등을 얘기한다. 그리고 CIA의 예산 삭감 및 부서 축소, 군산복합체 성장의 제동 등은 이들 기관, 업체와 보수 정치인들에게 강한 반발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케네디가 추진했던 복지정책, 인종차별정책의 폐지, 월남전 철수 계획 등은 이들 정책, 사업에서 이득을 복 있던 세력들의 위기감을 부추겼을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과 보수세력과의 갈등을 볼 수 있는 영화가 하나 더 있다. D-13(미국명 : Thirteen Days, 2000)이라는 영화가 그것인데, 그 영화에서도 역시 케빈 코스트너는 주연으로 열연한다.

1962년 10월 16일, 미국 U-2 비행기가 쿠바 항공을 정찰 중, 핵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음을 포착한다. 이 미사일은 미 전역을 단 5분만에 전멸시킬 수 있는 소련제 핵탄두. 발사될 경우, 전 미국의 파괴는 물론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영화의 결론을 미리 알고 보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전쟁을 막고 미사일을 철수시켰는지 궁금해지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 "D-13"에서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동생인 법무장관 로버트 F. 케네디와 보좌관 케네스 오도넬(케빈 코스트너 분)을 중심으로 ExComm(Executive Committee of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비상 대책 위원회)을 소집해 대책을 강구하지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군부는 이러한 소련의 태도를 명백한 도전 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한 군사적 행동을 취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군부는 케네디 대통령의 신중한 태도를 비아냥거리고 하고, 사전에 계획된 미사일 시험발사였어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중단을 고려해야 함에도 대통령에게 사전 공지 없이 미사일을 발사시켜 미소간 긴장을 심화시키는 등 케네디 대통령이 공습 및 쿠바 침공을 유도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이 영화가 사실에 근거한 팩션(faction)임을 감안할 때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이들 보수 정치세력 및 군산복합체의 반발이 무척 심했음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J.F.K"는 이들 반대세력에 대한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하며 드라마틱하고 빠른 전개로 그려나갔다. 그리고 케네디 암살의 배후를 거의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아니 영화 J.F.K는 단순히 케네디 암살의 배후와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호소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개혁에 대한 저항, 반민족행위 및 독재정권에서의 과오를 밝히려는 시도에 강력한 저항세력이 있다. 물론 이들은 일제시대, 군부독재정권에서 혜택을 입은 세대이며, 그 세대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저항 크게 두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펴져 있는 빨갱이에 대한 반감 즉, 레드 컴플렉스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그 우려스럽고, 먹고사는 문제에 묻혀 반민족행위 및 국가강권기간의 폭압에 대한 진실이 묻혀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짐 개리슨 검사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숨겨진 역사적 사실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어 이러한 불행한 일이 우리의 역사책에 두 번 다시 기록되지 않도록 하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이 말을 들으니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생각난다.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 감추어진 진실이 언제쯤 빛을 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한국의 짐 개리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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