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고삐 풀린 집단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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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chullee1)등록 2005.07.06 15:17
4년제인 약학대학을 2+4체제로 개편하기 위한 공청회가 어제 과천에서 열렸으나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의 실력행사로 파행 진행되었다. 50여명의 의사들은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며 회의 개회를 지연시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의사들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민적 소양이 너무 천박해 보여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지에서 묵묵히 봉사하시는 의사들까지 이 글의 비판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비판대상이 일부의사에 제한될 수 있기만을 나도 믿고 싶다.

진료거부투쟁은 절대금기

2000년인가 당신들은 의료거부 투쟁을 했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의약분업의 어떤 부분인가에 불만을 품고. 나는 아직도 당신들이 그 때 무엇 때문에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진료거부투쟁이라는 집단행동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당신들이 용감무쌍하게 행했던 그 일은 절대로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거다.

당신들이 박봉에 시달려서 며칠 굶었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왜냐고? 당신들은 의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살릴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들의 생명을 내어 놓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신들은 청진기와 메스를 놓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당시 당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저항표출방식은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진료거부가 아니라, 당신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단식투쟁이었어야 했다. 물론 진료는 계속하면서 말이다. 당신들이 투쟁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숭고했을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당시 일주일 동안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어쨌든 당신들은 뜻을 관철시켰다. 그랬는데, 그 후 반 년이 지나고 어느 날 신문을 보니 의사들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더라. 당시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세무신고를 위한 소득을 떨어내지 못해서 BMW나 Benz를 구매하는 개업의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강도다!

이것은 제도의 틀 내에서 일어난 집단적인 강도사건이다.

의사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

독일에서는 1년에 한 번 의사들의 수입을 확정짓는 회의가 열린다. 단위 의류수가에 대해 얼마의 보상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회의이다. 의사협회 대표와 건강보험협회 대표와 담당공무원이 원탁에 모인다. 대단히 중요한 한 판이다. 결전의 원탁인 것이다. 그런데 이 회의를 진행함에 있어 회의참석자들이 가장 성실하고 중요하게 감안해야 할 지침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협상의 결과로 정해질 ‘의료수가 당 보상액’이 산출할 의사들의 평균소득이 일반국민들의 평균소득보다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뭐 땜에? 일반국민들과 의사집단 간에 사회적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고.

집단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이 회의에서 이 지침은 효력을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독일의 의사들은 잘 살면서도 국민들의 존경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독일의사들과 한국의사들을 직접 비교하게 되어서 약간 미안하기는 하다. 독일인들이 국민성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한국인들보다 더 낫다는 암시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들과 한국의사들이 독일인들과 독일의사들보다 월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지, 독일인들이 역사적으로 엄청난 범죄를 자행하면서 습득해내었던 제도나 상식의 반의 반 정도라도 우리가 배울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예시했다.

각설하고, 위에서 당신들이 한 일을 내가 강도라고 했던 이유를 아시겠나? 진료거부까지는 상황판단을 잘못해서 할 수 있었다고 치자. 허나 그 후 당신들의 극한투쟁의 결과로서 그리고 의약분업의 효과로 병원방문자의 수가 배가된 상황에 힘입어 당신네들이 집단적으로 과도한 수익을 확보하게 되었을 때, 대한의사협회는 이 즐거운(?) 사실을 쉬쉬하면서 즐기기만 했지 않나?

도로 내 놓았어야지. 당신들이 희희낙낙 취해간 그 돈은 할머니들이 리어카로 폐지 모아서 번 돈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벌았던 돈도 있었거든. 국민들에게 돌려줄 시기를 놓쳐 버렸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제도의 틀 내에서 일어난 집단 강도 사건의 주범들이야.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도덕성과 합법성이 분리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당신들의 법률적 책임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걱정되는 것은 하나 있어. 특히 어제 사건을 보며 드는 생각인데, 당신들이 그토록 물질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 말야. 바로 그렇게 살아가는 삶 자체가 당신들에게 벌인 것 같아. 그건 사람의 삶이 아니거든. 얼마 전 성남에선 국회의원도 하나 배출했대며. 진료거부 진두지휘했던 의사시던대. 당신들 집단이익 잘 보전•확장하길 진심으로 바래.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어제는 약대생들 6년 공부하겠다는 회의에 뛰어 들어가서 들누웠대며! 왜? 돈 많이 벌어서 기러기 아빠 되셔서 아무데서나 눕는 버릇이 생기셨나? 의대생들만 6년 공부해야 돼? 약대생들 6년 공부해서 조제하겠다는 게 어째서 의료권 침해야?

존경 받으시는 의사님들을 바라며...

혹, 양심적으로 의료행위하시는 의사들께서 이 글을 읽으시고 기분이 상하셨다면 이해를 구합니다. 그러나 하버마스가 말했던 ‘마음 없는 전문가(Fachmann ohne Herzen) 문화’ 현상이 유독 한국의사들에게서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저에게도 몹시 당혹스럽습니다.

저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혹 배우실 기회가 없었다면, 저의 다소 비수 섞인 글을 읽으시고 성찰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 의사가 되실 것을 결정하기 훨씬 전 초등학교 시절에 사람 人자가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는 모습에서 출발하였으며 사람이란 무릇 도우며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배웠던 것을 기억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 의사들이 존경을 받기를 바랍니다. 존경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일수록 존경받을 수 있는 모범이 필요하며 그 모범을 의사선생님들이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역설적으로-냉소적인 글을 쓰게 했던 중요한 동기였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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