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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에 대한 글은 없어요?"
송영애
내 인터넷카페 회원이신, 닉네임이 옴마니라는 분이 계신다.
힘겨운 세상살이를 이야기하기도 했고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 땐
우린 심진스님이 부르는 '무상초'라는 음악을 함께 듣기도 했던,
인터넷으로 알게 된 분이고 얼굴도 모르지만 마음이 너무나 잘 통하는 사이이기도하다.
내가 처음 글이란 걸 끄적거릴 때부터 알게된 분이고
내 낙서 같은 글을 다 읽어주신 분이기도 하다.
오늘 내 카페에 있는 글에 그 분이 꼬리말을 쓰셨는데
"왜 영애님 글에는 엄마에 대한 글은 없어요?"라고 물으셨다.
갑자기 그 꼬리말을 보자 뭔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답답하고
눈가가 주책없이 젖어든다.
그러게.......
어쩌자고 엄마에 대한 글 하나도 쓰지 못하게 우리 엄마라는 사람은
내게 엄마에 대한 기억 몇 개도 남기지 않고 일찍 떠나갔을까.
기억 속의 엄마는 내 유년의 공책 세 장만 넘기면 더 이상 넘길 것이 없다.
더 넘겨봤자 빈 백지일 뿐이다.
내게 팔베개를 해주고 지금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주던 기억하나와
하얀 실타래를 다리와 다리 사이에 끼우고 실패에 감던 일.
그리고 가장 가슴 저미어 평생 가슴에 한으로 남을 장면 하나,
내 일곱 살 어느 날 밤을 공포에 떨게 하며 엄마의 마지막꽃잎이 떨어지던 모습.
처참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떠나던 그 한 많은 여인의 모습뿐이다.
내 힘겨운 삶을 글로 많이도 옮겨 썼지만 엄마에 대한 글은 딱 하나다.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 본 기억도 없어서 엄마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도
입 언저리가 어색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첫아이를 낳고 아들이 말을 배우면서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의 그 감동을
난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가슴 설레는 묘한 흥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 경험해도 나만큼 깊은 사연이 없는 사람들은 나보다 감동이 적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지금도 10살, 6살인 아이들이 느닷없이 "엄마!"라고 부르며 내 품에 와락 안길 때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이름 모를 샘에서 행복이라는 두레박으로 사랑을 가득 긷는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난 뒤 많이 원망했었다.
일곱 살과 네 살짜리 아이들을 두고 스스로 먼 길을 택한 그녀가 너무나 미웠다.
결혼을 하고 보니 더욱 엄마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엄마를 원망하는 내게,
자식이 부모에게 용서라는 말은 감히 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난 엄마가 미워서 엄마가 누워 계시는 그곳을
서른 해를 넘겼지만 딱 두 번 찾아 간 기억 밖에 없다.
어쩌면 내 기억의 초라한 모퉁이에 담겨 있는 엄마의 기억 세 페이지마저
다 지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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