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항쟁과 파주 집단 암매장 의혹을 제기한다.

1989년 3월 파주에서 발견된 520여구의 집단암매장 사체는 5.18과 관련이 없는가?

검토 완료

박청용(yong3811)등록 2005.05.18 08:40

파주 집단암매장 의혹을 보도한 국민신문(1989.4.22) ⓒ 박청용



의혹1. 암매장 장소에서 발견된 유류품들은 봄옷이 대부분이었
다.
나일론이나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옷들은 거의 완전한 상태로
보존되었는데 대부분 봄이나 초가을에 입는 얇은 T셔츠 종류
와 바지 등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이들 시신들이 봄이나 가을
에 매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행려병자나 무연고자의 사체라면 이런 유류품이 대다수를 차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려 병자가 가장 고통받는 계절은 겨울
이며 주로 겨울에 사망하는데 행려병자의 유류품이라면 두꺼운
겨울옷이 많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주로 봄옷이 많다는 것은
5.18과 관련 있는 유골이 아닌지 의혹이 생긴다.

의혹2. 유골에서 나온 치아는 대부분 젊은이의 치아였다.
파주 유골의 치아는 젊은이가 가질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이 많
았다. 행려병자나 무연고자의 유골이라면 튼튼한 젊은이의 치
아가 대다수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1989년 3월 파주에서 발굴된 520여구 유골에서는 대부분의 뼈
는 심하게 부식되었지만 두개골에 붙은 치아는 거의 완전한 형
태로 남아 있었다. 이 치아들이 대부분 젊은이가 가질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이었다는 것은 5·18 때 희생된 사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젊은이가 행려병자가 되어 떠돌아다니
다가 이처럼 한꺼번에 묻힌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다.

의혹3, 무더기 유골은 극히 비정상적으로 매장된 채 발굴되었
다.
520여구 유골은 대부분 구덩이 한 곳에 2∼10여구 사체가 남,
여 구분 없이 매장된 채 발굴되었다. 사체가 누운 형태도 서로
포개지고 겹쳐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무엇에 쫓겨서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묻어야 했는가? 유골이 발굴된 구덩이 깊
이는 불과 50cm도 안되었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매장의 흔
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5.18 때 희생된 사체들을
급하게 묻은 것은 아닌지 의혹이 다분하다.

의혹4.정부에서 행려병자나 무연고 묘라는 주장은 그들이 만
든 법에도 맞지 않는다.
무더기 유골이 발굴된 서울 시립 묘지 관리소 측에서는 이 유
골들이 70년대 초에 무연고자 유골과 행려병자의 사체를 집단
으로 매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관리 법』에 의하면 ①무연고 유골의 안치 기간은
10년으로 한다. ②도지사는 제①항의 규정에 의한 안치 기간이
경과한 유골에 대하여는 이를 땅에 묻어 처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처리는 위생적으로 하여야 하며 심도는 1미터 이상이
어야 한다는 무연고 유골의 처리에 관한 법이 있다. 이와 같이
법규정에 따르자면 파주 유골은 80년 초에 이미 다른 장소로
안치되었어야 하고 유골이 묻힌 깊이도 1m이상이어야 하지만
겨우 50센티도 안된 채 서둘러 매장된 유골들이었다. 법을 어
기면서까지 매장된 유골의 주인공들은 과연 누구일까 유족들은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의혹5, 관리소 측이 제시한 무 연고자의 묘지 표지가 실제 발
굴된 장소는 상당한 거리 상의 차이가 있었다. 묘지 관리소 측
에서 제출한 도표에 의하면 100-5구 다 지역에는 무연고자의
매장 지역 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520여구 유골이
발굴된 장소는 도표와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시립 묘지 경계
부분인 소도로 옆이었다. 원래 무연고자 묘지 표지와는 다른
곳에서 집단으로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많은 의문과 의혹
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암매장 사체가 나온 장소 약도(1989.4.22 국민신문) ⓒ 박청용



의혹6, 80년초 파주 근처에 집단 암매장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 시립 묘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 인근에는 헬기로 많은 시
체를 싣고 와 시립 묘지에 묻었다는 소문이 인근 주민들에 의
하여 떠돌았다고 한다. 소문은 글자 그대로 소문 일수도 있고
확인되지 않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다. 1980년 광주 학살도 처
음에는 소문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사실인지 풍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광주의 진상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인 운송 수단까지 거론되어 퍼졌던
소문이 진정 사실인지 아니면 소문에 불과한 내용인지 확인하
기 위해서라도 파주집단 암매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
하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파주에서 무더기 유골 발굴 소식이 언론의 반짝 뉴스로 잠시
알려지고 난 뒤 별다른 반응도 없이 다시 세월은 흘렀다. 그
유골이 누구의 것인지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이 모두의 뇌
리에서 잊혀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유전자 감식등 과학적
인 방법을 동원하여 파주 유골의 진상을 밝히고 혹시 5.18 광
주 희생자와는 관련은 없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행불자 가족들은 아직도 돌
아오지 않은 식구들을 찾아 한 많은 세월을 기다리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짓밟은 공로로 포상과 훈장을
받은 군인들이 아직도 건재한 현실은 5.18 민주화 운동이 아직
도 미완인 채로 할 일이 많음을 의미한다. 1989년 3월 파주에
서 발굴된 520여구의 집단암매장 사체들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진상을 밝히는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과 전문적인 유골감식의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도 미완인 채 남아 있는 5.18 민주화 운
동은 계속되는 진행형이며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언론과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1989년 3월 파주
의 집단 암매장 유골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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