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돼지만 잡아!”

쇠고기 소비 현저히 줄고 돼지고기 수입 및 소비 3배 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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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seo211)등록 2005.04.25 15:52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 서영각

가계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소비는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가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1월 도축된 돼지는 1백20만4천 마리로서 2004년 1월 1백24만2천 마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003년 12월 1백30만5천 마리, 2004년 12월 1백38만2천 마리보다는 약간 줄었으나 돼지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결국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았다. 돼지고기 수입은 2004년 1월과 2월 각기 5백61만 톤, 4백93만1천 톤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천6백58만4천 톤과 1천5백33만7천 톤으로 각기 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04년 1월과 2월의 경우 돼지고기 수출은 54만2천 톤, 24만8천 톤이나 됐는데 반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돼지고기가 전혀 수출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생산 도축된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수입량이 3배 이상 늘어나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세 배 이상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그간 불황이 계속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돼지고기 전문 외식업체 H음식점 대표 K씨는 “개업해서 지금까지 24시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7월 초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값도 상당폭으로 올랐다. 다 자란 돼지(성돈) 한 마리의 산지 값이 평균 25만7천원으로, 이는 지난해 19만원, 2003년 15만2천원보다 7~10만원 높은 가격이다. 새끼돼지도 마리당 평균 7만3천원을 기록해 작년 5만7천원이던 새끼돼지 값이 한층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농촌에서는 새끼돼지 값이 지역에 따라 15만~20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새끼돼지가 귀해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돼지고기 값이 오르고 사육을 희망하는 농가가 늘면서 새끼돼지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충남 당진의 농민 정세영씨는 “이웃 사육농가로부터 새끼돼지를 구하려 했으나 값이 워낙 비싸서 내주지 않으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3월 현재 전국의 돼지 숫자는 총 8백73만8천 마리로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만8천 마리가 줄어든 숫자다. 돼지사육 가구 수도 2천 가구(전체의 12.3%)가 감소했다. 1천 마리 미만의 사육농가와 5천 마리 미만의 중규모 사육농가도 각기 감소했다. 이처럼 사육 농가와 돼지 사육숫자가 줄어든 것은 돼지사육 농가를 제한하기 위해 콜레라 예방백신을 공급하지 않아 농가마다 돼지사육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전국 한우와 육우(肉牛)는 총 1백65만4천 마리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3천 마리(약 8.7%)가 늘었으며 이 가운데 한우는 7천 마리로 조사됐다. 소 사육 가구 수도 지난해보다 2천 가구가 늘었으며 중규모 이상 대규모 사육 농가 수는 감소했다. 전체 소 사육 숫자는 약간 늘었으나 쇠고기 값이 하락해 채산성이 떨어지자 중대규모 사육가구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003년 평균 4백60만 원에 거래되던 어미소 한 마리의 값이 올해는 작년의 5백만 원보다 1백만 원이 낮은 4백만 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쇠고기 수입량은 2003년 1월 2만7천5백여 톤, 2월에는 2만여 톤이었으며 2004년 1월과 2월엔 각기 8백15만7천 톤, 7백35만3천 톤을 수입한 것으로 농림부는 집계했다. 올해엔 1천4백5만 톤(1월), 1천79만 톤(2월)의 쇠고기가 이미 수입됐으며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쇠고기 수입은 지난해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로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돼지고기 대일(對日) 수출과 국내 가격조절을 위해 돼지콜레라 예방백신을 돼지사육 농가에 공급하지 않았으나 돼지고기 소비 및 수입량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폭등을 우려해 콜레라 예방백신을 적극적으로 공급, 돼지 사육마리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여름철 휴가기간 무렵까지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새끼돼지를 3개월이면 성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돼지의 라이프 사이클에 비춰볼 때 올 가을 쯤에는 돼지고기 값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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