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결혼식

붕어빵 결혼식은 안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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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순(ggumdung)등록 2005.04.11 16:22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으세요? 라고 누가 나에게 물으면, 난 “할 수만 있다면 결혼식 같은 건 건너뛰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곤 한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요즘 결혼식은 똑같이 찍어낸 붕어빵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아직은 축의금보다는 선물을 해주는 때이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깐 내 결혼식에 와 줬으니깐 나도 가 줘야지, 라는 마음으로 얼굴 내비치기 위해 식장을 가지도 않는다. 정말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하는 결혼식인데, 친구로 참석한다 해서 붕어빵 결혼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신랑 ,신부에게 결혼식은 뜻있는 날일지도 모른다. 오직 그 날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부부가 되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날이니 중요한 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할까. 정말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든, 그냥 아는 사람의 결혼식이든 참석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다를까 붕어빵처럼 찍어낸 결혼식일 뿐이다.

신부대기실에서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화장을 예쁘게 한 신부가 정말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모인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다. 평소에 친했든 친하지 않았든 그냥 서로서로 친한 척 한다. 식이 시작되면, 신랑 신부가 입장을 하고, 주례사를 듣는다. 신랑 신부가 잘 아는 분을 모실 때도 있지만, 대부분 몇십년을 교육계에 몸 담고 계시다 퇴직 후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전문주례사를 모시는 것 같다. 그 분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분인지 알 방법은 없다. 그 분이 진정 삶에서 우러나오는 주례를 해주시는 건지, 아니면 어느 부부에게나 똑같은 주례를 해 주시는지 알 방법도 없다.
신랑신부의 평소 인간성을 알 수 있다는 친구 사진 찍기가 끝나고(그래서 가짜 친구를 돈 주고 사기도 한다) 식이 끝난다. 신랑신부는 폐백드리러 가고, 친구들은 밥을 먹으러 간다. 밥을 다 먹어가도 신랑신부는 나타나지 않는다. 폐백실에서 절값 받느라 힘들어 하고 있다. 친구들 피로연이 따로 있다면 모를까, 없다면 친구가 나타날 때 까지 식당에서 그냥 기다린다. 왕복 8시간 걸려 지방 내려갔다가 친구 얼굴은 채 10분도 보지 못하고 식장을 나올때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결혼식 날 신부는 무지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 비록 멀리서 온 친구라 하더라도 잘 챙겨주지 못한다고 한다. 이해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후다닥 끝나버려, 정신없게 만드는 결혼식은 왜 하려하는가?

이십분짜리 결혼식을 하든, 하루종일 파티를 연다는 서양식 결혼식을 하든 나는 식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결혼식을 해야지, 라고 말씀하시겠지만 그냥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넘겨주시기 바란다. 나에겐 식보다는 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 갈건지가 더 중요하다. 양가 친척들 모시고(사촌범위까지) 저녁을 먹으면서 "저희는 앞으로 이렇게 살겠습니다" 말씀 드리고, 또 어른들께 이렇게 이렇게 살아라, 좋은 얘기도 듣는 그런 자리로 결혼식을 갈음하고 싶다.

결혼식이 눈앞의 일이 아니였던 몇 년 전에는 남자친구와 둘이 절에 가서 깨끗한 물 한 사발 떠 놓고 결혼하자는 얘기를 진지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결혼식은 둘만의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여기저기서 주어듣다 보니,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된다. 사람들이 말하길 부모님이 그동안 뿌린 돈을 거두셔야 하니, 남들하는 결혼식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결혼식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을 해 본다.

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냥 내 몸이 싫다고 한다. 결혼식 하루, 예쁜 척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럼, 전통혼례는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전통혼례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신랑 신부 서로 맞절만 하고 끝났던 거 같다. 찾아주신 분들은 신랑, 신부 절하는 거만 보고, 새로운 부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 채 돌아가실 거 같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는가?.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떠오른 게 개량한복이다. 신랑신부가 한복을 입고, 각자 부모님 옆에서 오시는 손님을 맞든가, 아니면 둘이 같이 서서 손님들을 맞는다. 이제야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거 같다.

그리고 결혼식 순서를 그려보자.
신랑신부 같이 입장을 해야지. 나도 당당하게 입장을 해야지. 이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당당해야 하지 않은가. 사회는 남자 여자 따지지 말고 해주고 싶다는 사람에게 부탁해야겠다. 주례는 남자친구나 내가 잘 아는, 정말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주실 수 있는 분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주례가 끝나고는 손님들께 신랑, 신부 둘다 큰 절을 올리고 "저희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려야지. 그리고 신랑신부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다짐의 말을 하고 싶다. 그러면, 식이 끝난다. 절값 때문에 한다는 폐백은, 정신 없어서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는 폐백은 하고싶지 않다. 그 시간에, 바로 양가부모님과 함께 식당으로 가서 와 주신 분들 한분한분께 고마운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 당장 결혼식을 할 생각은 없지만 이왕 해야 한다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붕어빵같은 결혼식은 피하고 싶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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