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이머리 가는 길

섬마을 분교 선생 이야기

검토 완료

김치민(sinkimch)등록 2005.03.30 15:22

굉이머리 마을 가는 길 ⓒ 김치민


일과가 끝나고 산등성이를 따라 만들고 있는 신작로를 걸었다. 5분쯤 가니 신작로 공사가 끝나고 오솔길로 이어진다. 굉이머리 마을로 가는 길은 참 운치가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꿩이 푸드득 날고, 우거진 억새사이에서 쉬던 고라니가 놀라 도망간다. 길 양편으로 소나무가 키 자랑하며 도열하였다. 오솔길은 산책하는 이를 위함인지 잔디가 곱다. 인적이 없어 스산함마저 느껴진다.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군데군데 가두리 양식장이 자리 잡고 양식장 위에는 관리 막사가 있다. 양식장에는 거의 모두 개를 키운다. 양식장의 개는 양식장 한쪽에서 주인이 주는 해물들을 먹으며 밤 세워 양식장을 지킨다. 주인은 작은 통통배를 타고 연신 양식장을 들락거린다. 사료도 주어야 하고 양식장 보수와 유지를 위해 바쁜 모양이다. 그래서 바다에서도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굉이머리 마을과 남해의 다도해 ⓒ 김치민


산을 넘었다. 길가에 오토바이가 처박혀 있다. 누가 주인인지 오토바이를 벼렸다. 사고가 아니었기를 바라면서 길을 재촉했다. 앞에 작은 마을이 보이고 교회당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화태도 사람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많다.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생활하기에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한가 보다. 아이들 이름도 기독교와 관련된 것이 여럿 보인다. '찬미', '보은', '부활' 등.
굉이머리 마을이다. 굉이머리는 마을의 지형이 고양이 머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역상의 명칭은 묘두이나 이곳 사람들은 굉이머리라 부른다. 굉이머리 마을 앞에는 작은 등대가 하나있다. 고양이 머리처럼 불쑥 튀어나온 작은 동산아래에 교회 하나가 있고 집들은 해안선을 따라 하나 둘씩 자리하고 있다. 움푹 들어간 해안을 따라 가두리 양식장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 파도가 덜한 곳을 찾아 설치했을 것이다.

굉이머리 앞 등대 ⓒ 김치민


굉이머리 뒷산에서 보는 해넘이는 장관이다. 남해의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점점이 떠있는 섬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해는 마지막 남은 열정으로 남해를 붉게 물들이고 등대에 긴 그림자를 남기며 멀리 사라진다.
섬 자락 움푹진 곳마다 마을이 있다. 많으면 10여 가구 적으면 서너 가구가 옹기종기 모였다. 해는 이미 지고 마을 가로등이 눈을 뜬다. 바다 가운데 양식장에도 불이 훤하다. 오솔길은 어둑어둑해지고 뒤통수가 스산하다. 너무 어두워졌다. 이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앞 등성이에 하얀 저수조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섬에는 물탱크들이 많다. 곳곳에 물탱크이다. 이 물탱크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을 법한 것은 드물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규모가 제법 크다. 길가에 보이는 물탱크는 작은 것들이다. 예전에는 요긴하게 사용했을 법한 것들이 지금은 저렇게 천덕꾸러기 신세라는 생각이다.
올 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화태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아예 어둡다. 다행히 마을 가로등이 있다. 마을을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인사를 꾸벅했다. 여기 와서 생긴 버릇이다. 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얼굴을 처음 보아도 이곳 주민임에 틀림없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인사를 하면 친절하게 받는다. 아마 행색이 자기들과는 달라 학교 선생이겠거니 하는 것 같다.
이 마을에는 관공서가 3개 있다. 화태초등학교, 여남중화태분교, 보건소, 농협지소 등이다. 남쪽으로 작은 산을 넘으면 월전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우체국과 여남면사무소 출장소가 있다. 원래 화태초등학교도 월전에 있었는데 중학교를 세우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다도해의 붉은 바다 ⓒ 김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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