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선물!

아이와 함께 쓰는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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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yain)등록 2005.03.29 11:11
봄날치고는 궂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따뜻하다 싶으면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쌀쌀하다 싶으면 어느새 해가 나고 따뜻해지고
요즘 날씨를 보면 변덕이 죽을 쑤듯 심술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옷차림에도
겨울과 봄,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이미 옷장으로 들어갔을법한 두툼한 겨울옷과
아직은 조금 이르다 싶은 얇은 봄옷이 그렇다.

눈발까지 날리다가 모처럼 화창한 주말에
아이와 함께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
바람까지 따뜻한 날에 겨우내 움추린 몸이 나른해졌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오랜만에 마을을 돌았다.

들에는 꽃소식이 아닌 바쁜 일손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희연 연기속에서 논두렁을 태우는 농부의 손길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시금치를 다듬는 아낙의 손길에서
비닐을 치고 감자를 심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봄은 오고 있었다.

아이가 할머니와 세발자전거를 타고 노는 동안
아내와 함께 뒷동산에 올랐다.
어릴 때는 그리 높았던 동산도 이제는 볼품없이 낮아 있었다.
동산에 오르며 산책도 하고 언덕에 난 쑥도 제법 캤다.

지난 주에는 아이와 함께 냉이를 캐러 갔다.
그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냉이를 캐겠다고
할머니 호미를 빼앗아 제 맘대로 흙을 파대고 냉이를 찍으며
환하게 웃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자연은 훌륭한 스승이다 믿는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자연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누구에게나 어떤 마음도 드러내지 않는 자연이야 말로 산 스승이다.

저녁에 냉이를 넣은 된장국과 쑥국을 먹었다.
자연이 준 봄의 향기!
수고스럽지 않게 작은 손길로 캐고 뜯은 냉이와 쑥을 먹으며
나도 아이도 가족 모두 즐거운 봄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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