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성과 연민 사이에서, 서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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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k0784)등록 2005.03.23 15:09
소설 <토지>에서 심금녀는 '여자치고는 다소 큰 키에 몸매가 곱고 뽀얀 얼굴빛에 담백한 느낌의 별 특징 없는 얼굴을 가졌으며 쌍꺼풀이 크게 진 눈, 어두우면서도 강한 눈빛이 평탄치 않은 운명을 암시하는 여자'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심금녀는 뛰어난 미모나 청순 가련형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의 여성상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는 다른 인물의 몫이다. 예를 들면 봉순과 같은.

물론 술집여급에서 선생으로, 불행과 행복을 오가는 그녀의 인생역정은 충분히 멜로드라마적이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유형화된 여성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난을 당하고 결국 삶을 포기하는 비극이다. 멜로 드라마 방식으로 접근하려면 김두수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장인걸과의 사랑을 이뤄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죽는다. 원작에서 심금녀는 김두수에게 잡혀 모진 고초를 당하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혀 자살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김두수에게 철저히 훼손된다. 이 과정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심금녀의 반발이 거셀수록 김두수의 욕망은 강해진다.

그녀는 공송애나 임이의 삶과 비교되며 더욱 고상하게 인식된다. 우리는 고상한 그녀가 겪는 좌절과 패배를 지켜보면서 그 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고난이 우리들에게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공포를 느낀다.

연민과 공포의 감정을 오가며 긴장을 느끼게 되는 원작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연민의 감정이 덜하게 된다. 왜냐하면 드라마에서 그녀의 훼손 정도는 원작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심금녀는 김두수를 찾아가 그 앞에서 권총 자살한다. 장인걸의 복수를 위해 자살한다는 심금녀의 내적 동기가 충분하지 못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심금녀의 심리상태를 좀 더 설명했어야 한다.

이는 드라마 <토지>가 사건의 동기보다 행동 즉, 자살의 자극성(혹은 선정성)을 더 중요하게 취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자극성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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