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TK 대권야망 '꿈틀꿈틀'

유력 대권후보 박근혜·강재섭 모두 TK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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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youdh0920)등록 2005.03.12 14:35
11일 열린 한나라당 원내 대표경선에서 'TK(대구·경북)의 맹주’ 강재섭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당내 TK의 위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박근혜 대표 역시 TK 출신으로 한나라당은 당을 이끄는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는 박 대표와 신임 강 원내대표 모두 TK의 이미지가 강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앞날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권, 박근혜·이명박 구도에 강재섭 가세

현재 한나라당에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정도이다. 아직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양자 대결이 눈에 띈다. 이 시장은 김문수, 이재오, 박계동 등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사실상 지원을 받으며 박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고 박 대표는 대표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대권을 향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강 원내대표의 등장은 한나라당의 대권 구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 잠룡으로 꼽혔던 그는 13대 국회 때 전국구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대구에서만 내리 4번 당선된 TK의 맹주로 정중동의 행보로 인해 국민적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당내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이번 경선에서도 TK 지역의 고정표와 보수성향의 의원들, 국민생각 내 중도파 의원들의 표를 끌어오면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는 차기 대권에서 TK의 집권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으로만 보면 박-강 체제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 이 시장에게 좋은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대권 전략을 충청·호남 포기, 수도권·영남 집중으로 잡았는데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는 당내 서열 1, 2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영남 기반까지 튼튼해 이 시장에게는 대권이 쉽지 않은 여정이다.

TK 대망론, 앞날은 험난

이 같은 한나라당의 내부 구도는 영남 대통령 만들기나 TK 부활의 꿈과 연결된다. 전 인구의 25%가 넘는 영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깃발을 꽂으면 거의 예외없이 당선되고 박 대표가 유세차 대구에 내려가면 갓 쓴 노인들이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추락하는 TK는 날개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TK 출신이 집중사정 대상이 된 이후 TK는 항상 중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나라당은 박 대표, 강 원내대표로 인해 사실상 TK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 됐다. 둘 모두 대권후보라는 사실은 향후 갈등의 여지도 남겨두지만 그간 강 원내대표는 박 대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강 원내대표는 1998년 4월 박 대표가 대구 달성 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지난 해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로 당이 위기에 빠지자 최병렬 대표의 퇴진을 이끌고 박 대표를 옹립했다.

TK 대통령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영남 세력 결집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고 박 대표가 3공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과 강 원내대표가 민정계 출신으로 6공 실세 박철언이 이끄는 월계수회의 2인자였다는 점은 청와대 입성까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의 상황이 TK로서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여서 그 끈을 쉽게 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TK가 오랬동안 꿈꿨던 'TK대망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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