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

영화 <시실리 2km>에 나타난 사람과 귀신의 이야기

검토 완료

김종성(연암박지원)등록 2005.03.10 10:29
실제로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




그냥 넘어갔으면 정말 땅치고 후회할 강추 영화를 봤다. 외국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돈을 때려 부은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임창정, 권오중, 임은경 주연의 우리영화, <시실리 2Km>가 바로 그 영화다. 이 영화는 펑키호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말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무서우면서 웃기다. 특히 임창정의 진지한 코믹연기는 이미 경지에 올라있는 것 같다.(말이 필요없다. 직접 보시라.)



폭력조직에서 확보한 다이아몬드를, 믿었던 친구 석태(권오중)에게 빼앗기고 양이(임창정)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된다. 즉, 다이아몬드를 찾지 못하면 그는 보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래서 양이는 그 다이아몬드를 찾기위해 최첨단 위성 핸드폰 추적장치(?)를 통해 석태가 숨어있는 시실리를 찾아낸다. 한편, 석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도주하던 중 시실리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시실리로 흘러들어간다. 그는 화장실에서 잘못하여 뇌진탕으로 죽게되고 10명도 채 안되는 시실리 사람들은 그의 시체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낸다. 그들은 치밀어오르는 돈에 대한 욕망으로 함께 작당하여 석태를 벽에 묻고 다이아몬드를 나눠갖기로 한다. 그러나 시멘트로 석태를 반쯤 벽에 묻고 잠시 쉬는 사이 석태가 눈을 뜬 것이다.

충격에 휩싸인 시실리 사람들은 삽자루로 석태를 면상을 날린다. 그리고 열심히 시멘트로 벽을 메운다. 한편 양이는 똘만이들을 데리고 시실리에 들어온다. 시실리 사람들은 모두가 침묵으로 석태가 온 사실을 숨긴다. 그래서 양이는 직접 석태를 찾아나서고 벽 속에서 아직 살아있던 석태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석태를 다시 파내 야산에 데리고 가서 죽이고 땅에 파묻는다. 한편 석태를 찾지 못한 양이 일행들은 야산을 헤매다가 한송이라는 비석이 세워진 무덤을 발견하게 한다. 그런데 그 순간 양이는 그 무덤 곁의 나무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이 톱으로 나뭇가지를 짜르고 있는 모습을 본다!






“처녀귀신이 톱으로 나무를 짜른다.” 말 자체만 떼고 보시라. 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상황인가? 그래서 너무 웃긴데 너무 무섭다. 귀신이 상식적인 귀신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깐 웃기면서도 무서운 것이다.(영화를 보면서 놀라운 것은 이 웃긴 중에도 무서움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천재적이다.) 양이 일행은 석태를 찾아 우연히 학교터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귀신을 만나 혼비백산 도망친다. 그러던 중 양이가 석태가 신던 양말을 야산에서 발견한다. 이를 근거로 양이 일행은 시실리 사람들을 산 채로 땅에 묻으며 석태의 위치를 캐낸다. 그러나 석태는 무덤에 있지 않았다. 석태는 무덤에서 또 살아나와, 결국은 번개를 맞아서 죽는다.(이 말이 안되는 상황에 힘들어하시지 말길. 직접 웃기다고 보면 정말 웃기다.) 다이아몬드를 찾은 양이 일행은 마을 사람들을 다시 풀어주고 마을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돈에 눈이 먼 시실리 사람들은 각자 농기구 및 전기톱날 등을 들고 양이 일행을 습격해서 죽이려고 하고 양이 일행은 정신을 잃고 숲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금새 똘만이들은 잡히고 양이는 도망을 치다가 덧에 걸려 다리를 다친다. 그래도 살려는 의지로 도망을 치지만 낭떠어지에 도달하고 시실리 사람들은 무서운 웃음을 지으며 양이에게 다이아몬드를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양이는 다이아몬드를 주지 않고 그것을 입에 삼키고는 낭떠러지로 뛰어내린다.



그 순간 양이는 귀신에게 홀렸던 학교터에 다시 도달하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처녀귀신을 만나게 된다. 식은 땀을 흘리며 두려워하는 양이. 그러나 그녀는 석태가 다리에서 피나는 것을 보고는 천을 끊어 양이의 다리에 묶어준다. 예쁜 얼굴의 처녀귀신(임은경)은 눈에 눈동자가 없지만 구수한 충청도의 느린 사투리를 구사하며 귀신의 이미지를 확 깨버린다. 그리고 귀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양이에게 들려준다. 몇 년 전 지금은 다이아몬드에 눈먼 시실리 마을 사람들이, 그녀가 죽기 전에의 아버지인 교장 선생님 덕에 이 마을에 들어왔으며 그들은 숱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었지만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이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고...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돌아가시자 그들은 욕심이 생겨서 이 마을의 땅과 재산을 다 차지하려고 고등학생이던 그녀를 자동차로 깔아 죽여버렸다고... 그리고 야산에 자신을 묻고는 비석을 세워 한송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세겨준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나무에서 톱을 들고 나뭇가지를 짜르던 이유는 무덤에 응달이 져서 너무 추워서 그런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 이렇게 착하고 예쁜 귀신을 또 만나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서 가치의 역전을 경험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만 귀신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한에 사로잡힌 귀신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이것만으로도 감독의 주제의식은 충분히 드러난다고 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끝까지 개그를 놓치지 않는다. 처녀귀신을 통해 낭떨어지에서 떨어졌지만 죽지 않고 살아난 양이는 그러나 시실리 마을 사람들에게 잡힌다. 마을 사람들은 양이의 뱃 속에 있는 다이야몬드를 꺼내기 위해 칼로 양이의 배를 가르려고 하고 양이는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그 때 번개에 맞아서 죽었던 석태(권오중)이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양이를 구하러 온다.

“그 사람 몸에 손 대기만 해유~~ 가만히 안 둘 거여유~~~~~”

마을 사람들은 의아해하다가 이내 석태의 몸 속에 있는 것은 한송이임을 알아차린다.

“너.. 혹시.. 한송이 아니야?”

엄청 무서워야 할 상황. 귀신은 자신이 한송이가 아니라며 애써 어색하게 변명을 둘러댄다.(이 영화의 매력은 이 부분에서 철철 넘친다.) 그러나 사람들은 송이임을 알아보고 이제와서 어쩌라고 찾아와서 행패냐고 오히려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귀신하고 사람하고 말 나누는게 아니라며 양이의 배를 가르는 일을 여전히 하려고 한다.


귀신도 무서워하지 않는 시실시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자본의 욕망과 많이 닮아있다.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하려든 습성. 돈이 안되면 어떤 의미있는 일이라도 하지 않으려는 습성. 내일 아침 신문 사회면을 장식할 또 다른 살인과 죽음, 방화등의 사건들... 이 사건들이 자본의 잔혹한 속성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고 귀신보다 무서워 질 수도 있는 것은 자본의 잔혹함에 굴복하느냐 신의 뜻에 따라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정의롭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에 속하든 귀신의 영에 속하든 둘 중 하나에 속한다. 그 중간지대는 없다.

이 재미있고 무섭고 유익한 영화를 여러분들께 강추하고 싶다.



**더 재미있게 보는 법: 재미있다고 보면 더욱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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