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번지 점프를 하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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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연암박지원)등록 2005.02.23 11:59
이은주, 번지 점프를 하다...




2월 22일 아침부터 창밖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부터 눈은 비로 바뀌었고 얼마 후 인터넷을 통해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회색빛 하늘은 더욱 무겁게 사람들의 어깨를 짖누르는 듯 했다. 난 만나는 사람들과 이은주씨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울한 공기를 함께 호흡했다.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이상하게도 이은주씨가 아주 가깝게 느껴졌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느끼게 했을까?




현대 대중매체는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특히 TV의 출연으로 각 가정마다 TV를 보게 되었고 1가구당 2대 이상의 TV를 가지게 되었다. 캐이블 TV는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비디오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자신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대중문화가 폭발적인 성장을 해 나갈수록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은 점차 개인화 개별화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혼자만 듣으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을 수 있는 워크맨, MP3플레이어, 퍼스널 컴퓨터, 휴대폰...




우리는 그렇게 개별화되며 자아 속으로 매몰되어가게 만드는 힘 속에 놓이게 되었다.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처럼 개별화 된 인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개별화된 인간은 정보망이라는 매체를 통해 혹은 떠다니는 이미지들의 공유를 통해, 가상적인 관계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이러한 가상적인 관계성은 개별화된 인간을 대중이란 이름으로 묶이게 만들었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영상을 보며 같은 반응을 하게 만드는 공통감각을 가진 대중.
그리고 그 공통감각은 신분이나 계급을 뛰어넘어 상품 앞에 평등한 소비자로 그 개인들을 탈바꿈시킨다.


이제 개별 소비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상품의 가치에 따라 자신의 신분이 재평가되는 사회 속에서 살게 되며 상품 앞에 평등이란 말로 모든 불평등을 아무런 불평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돈만 많으면 이 불평등도 견뎌낼 수 있다고...




어쩌면 이은주씨의 죽음이 가까운 이의 죽음처럼 느껴지고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이러한 공통감각에 센 충격을 받았기 때문은 아닐런지.......




연예인들의 절대 다수는 퇴직금이나 국민연금 등 노후를 위한 대책이 없는 직업의 특성상 노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불규칙적인 수입 때문에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우리는 이은주씨도 그러한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은주씨와 같은 사람도 두려움을 느끼고 자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격과 슬픔을 느낀게 아닐까? 구름으로 가려진 꼭대기 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위에 오르기위해 서로 경쟁하며 싸우는 애벌레들이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느끼는 두려움 같은거.......




"아빠 얼굴을 그저께 봐서 다행이야.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 (이은주씨의 유서 중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모두 외로운 사람들... 당신, 나, 그리고 이은주씨.......
이렇게 사는 것 밖에 몰라서 정직하게 이런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한 당신.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인생의 절벽아래로 뛰어내린데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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