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전통공연 '무리카의 별' 성황

광복 60주년과 한일 우정의 해. 한일 문화 교류는 계속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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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mylove991)등록 2005.02.15 14:40

오키나와의 두 신 아마미쿠, 시루마쿠. 극의 해설 역할을 한다 ⓒ 김기



서울시 국악단이 초청한 일본 오키나와 문화공동기구(ACO.Art Comunication Organzation)가 2월 11일과 12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렸다. ACO가 선보인 오키나와의 창세신화를 주제로 한 가무악극 ‘무리카의 별’은 일본에서도 우리 제주도처럼 독특하고 이국적인 문화를 다양하게 펼쳐내었다.

오키나와의 가장 좋은 곳에는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어 우리 서울의 입장과도 비슷한 곳이다. 또한 섬나라 일본에서도 아열대 기후의 특성으로 인해 일본 본토의 문화와 사못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해서 이번 공연 ‘무리카의 별’은 일본 속에서도 색다른 일본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이틀간의 공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꽤 높았고 공연 역시 성황을 이루었다.

우선 오키나와의 음악과 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 본색의 그것과 조금 차이를 드러낸다. 노래는 어쩐지 인도의 라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독특하였고 춤 또한 일본보다 더 남방인 인도네시아 등지의 춤들과 춤사위가 매우 유사하였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일본 복색으로 있어 그렇지 다른 옷을 입혀 놓는다면 동남아 지역의 민속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오키나와 문화공동기구의 공연 장면 ⓒ 김기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 관객은 그러한 요소들로 인해 공연 내내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관객들의 시선이 한가로울 새 없이 시종일관 빠르고 치밀하게 짜여진 1시간 30분의 공연의 완급조절은 우리나라 공연관계자들이 눈여겨 볼 점이었다.

공연에서 보여진 춤과 노래 그리고 악기연주들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때면 좀 단조롭거나 싱거울 수도 있겠으나 훈련 잘 된 배우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조정하고 있는 연출의 양념은 전체 공연의 질을 높여주었다.

오키나와 문화공동기구가 선보인 “무리카의 별”의 무리카는 우리식으로 이해한다면 북두칠성의 북극성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오키나와 창체신화 속의 상서로운 별이다. 그렇듯이 “무리카의 별”은 오키나와 신화를 기반으로 고대 농경생활의 노동과 놀이에 대해 쉴 새 없이 무대로 쏟아낸다. 스무명 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군무에서도 일사분란한 모습은 놀랍기만 한 일이었다.

이번 공연 역시 한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우정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오키나와 시가 추진하는 문화교류 사업이다. 내달 5일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자 김성진)과 안숙선 명창. 정대석 명인 등이 오키나와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갖는다.

공연장면 ⓒ 김기



광복60주년과 한일우정의 해.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올해가 한일우정의 해로 선정되어 지난 국립국악원에서의 분라쿠 공연이 있었고 이번 ‘무리카의 별’ 공연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한일 간의 문화교류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올해가 광복 60주년인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의 일본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 중에서는 광복의 의미와 한일우정의 해가 혹여 상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한일우정의 해에 따른 행사의 주된 주체가 될 정부와 서울시 역시 광복 60주년에 대해 경쟁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광복과 한일우정의 해가 중복되는 점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드릴지 의문이다.

또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독도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등 한일 간의 공식, 비공식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우정의 해에 대해 역시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광복 60주년과 한일우정의 해, 둘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국민 감정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홀로아리랑’을 지어 부른 한돌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의 강점에서 풀려난 광복 60주년은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진정한 해방의 과제를 주고 있어. 한일우정이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인지는 난 잘 모르겠어. 저 들녁 어딘가에 아리랑이 존재할 것인데, 우린 먼저 그 아리랑들을 그러모아야 할 것 같아” 그는 또 광복 몇 십 주년의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광복의 진정한 의미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과거에 붙들려 한일관계를 의도적으로 경색시킬 필요는 없겠으나 광복 60주년과 한일우정의 해가 섞여서 혹여 광복의 의미가 퇴색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물론 양국간의 문화교류가 나쁠 이유는 전혀 없다. 일본에서 강하게 형성된 ‘한류’를 좀더 지속적인 문화현상으로 굳히기 위해 순수예술, 전통예술의 교류 이해는 매우 적절한 접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 문화단체의 공연은 좀더 우리 현실에 밀착되는 요소가 짙어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특화된 문화교류 역시 ‘한일우정의 해’에 대해 자유롭게 이루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올해 한일문화교류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광복의 의미를 축소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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