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지지자'의 비애

강준만 교수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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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현(nymp21)등록 2005.01.19 14:09
어제 서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강준만 교수가 쓴 '인물과 사상' 33권의 머릿말을 보았다. 그 머릿말에서 아쉬운 점이 있어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강준만 교수는 글에서 '노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선악의 이분법을 들이대는 것을 개탄했다. 그 글은 민주당 분당사태 후에 강준만 교수의 글들이 풍겨온 뉘앙스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나를 자극했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강교수의 '이분법'에 대한 개탄이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지자들'이라는 표현은 너무도 나에게는 아쉬운 표현이었다.

강교수는 단지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에 대해 말한 것인데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인가?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 강교수는 이전의 몇몇 글에서도 특별히 규정되지 않은 '일반적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섭섭함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나는 200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다. 선거운동하는 동안에는 연두색 돼지저금통에 동전도 가득넣어 노사모 회원에게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작년 탄핵정국때는 촛불 시위도 두 번 가서 '탄핵무효'를 힘차게 외쳤고 물론 총선때는 열린우리당을 찍었다. 이 정도면 강교수가 말한 '노무현 지지자'로서의 요건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하기에 강교수의 글에 대한 아쉬움을 말해 보겠다.

나는 '노빠'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노빠'에는 스타의 외모나 노래에 반해 그들을 추종하는 맹목적인 팬들처럼 아무 생각없이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있다.

강교수가 '노빠'라는 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은 그 지지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한나라당을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열린우리당을 선으로 생각한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그런가?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단 말인가? 일단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그들 중 대부분은 생업에 종사하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아니면 나처럼 구직활동 중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큰이슈에서 움직일 뿐 웬만한 사안은 눈팅만 하거나 신경도 안쓴다.

내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강준만 교수가 왜 굳이 비판 대상자의 범위를 실제보다 거대하게 만들어서 '노무현 지지자'들을 자극하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나처럼 강교수의 글들을 읽고 정치에 대해 알아왔던 사람에게는 슬픔까지도 안겨줄 수 있다.

비중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실명까지 언급하며 꼭 집어서 비판하던 강교수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는 왜 '지지자들'로 뭉뚱그려야 하는가? 민주당과의 분당에 찬성하던 '지지자들', 민주당과의 분당을 아쉬워하던 '지지자들', 탄핵정국에 거리로 뛰어나간 '지지자들', 한나라당에 이분법을 들이대는 '지지자들', 뽑아놓고 무관심한 '지지자들', 이들은 같은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기도 하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사안에 대해 일반화를 시킨다면 애꿏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화가 글쓰기에 있어 필요할 때가 많지만 그 글쓰기가 비판적 글쓰기라면 일반화의 범주를 정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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