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산사로의 여행

<주제가 있는 템플스테이>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마곡사

검토 완료

정혜자(mirabohj)등록 2005.01.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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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어쩌다보니 파트너가 되었다. 그 파트너를 마주보며 장점 5가지를 이야기 하란다. “머릿결이 고우시네요. 치아가 가지런하십니다. 피부가 부드러워요......”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손을 맞잡은 채 눈길은 이미 다른 팀들에게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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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별명을 짓고 소개를 하는 시간. 27명의 수련생들마다 독특한 이름들을 소개한다. 자신의 씨앗을 세상에 뿌려주는 ‘민들레’, 겨울에도 계속 푸르른 ‘솔’, 감동 깊게 읽었던 소설 ‘데미안’, 따듯한 시선으로 중생을 내려다본다는 ‘붉은달’,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나이롱’. 33세부터 64세 까지 다양한 연령층이다. 아가씨도 있고 아저씨, 아줌마, 할머님, 할아버님도 있다. 그리고 도우미 묘운스님의 별명은 '감자'시란다.

마곡사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 해 보라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감자스님이 말씀하신다. 퍼뜩 잘못왔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 한사람도 아니고 이제는 대중들 앞에서 소감을 발표해야 한다니. 생각도 아니고 느낌이다. 싫다, 좋다, 부끄럽다, 짜증난다, 편안하다는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곡에 얼음을 보면서 죽었다, 따뜻한 방에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참여하는 수련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생각이다. “여기있는 동안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이야기 하도록 하십시오” 감자스님의 한마디. 느낌은 어디 있는 것일까. 생각을 느낌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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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처음 해보는 발우 공양. 각자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다. 소리도 내지 않는다. 마지막 김치 한 가닥으로 그릇을 씻고 숭늉으로 헹구어 자신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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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포교스님인 마가스님이 여행에 대한 안내를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사진기 꼭 가지고 가지요? 여러분이 가지고 오신 사진기를 꺼내 보세요. 제 얼굴 클로즈 업 해서 찍어 보세요. 다음에는 방안의 풍경이 잡히게 찍어 보십시오. 이제 시야에서 손가락이 안 보일만큼 넓혀서 찍습니다. 이 사진기가 자신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자신은 어떤 카메라로 상대를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이어서 수련생 모두 핸드폰을 압수 당했다. 딸래미와 연결되는 유일한 수단. 마음이 허전하다.

저녁 밤길 걷기 명상, 짝을 지어서 눈을 감은 채 파트너의 손에 이끌려서 걷기. 자기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돌아오는 길은 파트너가 눈을 감고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총총.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밤하늘이다. 파트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것은 ‘위로’ 였을까. 모여앉아 이야기를 들을 때와 이야기를 할 때 느낌을 고백한다. 계속 느낌이다. 내 안에서 생각만이 무수히 떠오른다. 느낌을 찾는 것은 진일보 했으나 여전히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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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어김없이 도량석이 들리고 법고가 울려 퍼진다. 역시 처음 해보는 108배. 생각을 모른체 하고 호흡에만 집중하려고 해 보지만 잘 안된다. 절반이나 했을 것 같은데 어느새 절이 끝났음을 알리는 죽비소리가 세 번 들린다. 힘들 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자신이 우습다. 아직 캄캄한 새벽길 걷기 명상. 발바닥에 마음을 두고 걸어야 한단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촉에 집중하며 방르 들어 올리고 나아감, 그리고 내딛음만을 의식해 보려 한다. 약수터에 도착했다. 가볍게 몸을 풀며 올려다 본 새벽하늘에 별똥별이 휙 떨어진다.

수련생들에게 쌀 한 톨이 주어졌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100가지 과정을 써 보기. 막연하게 했던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적자니 버겁다. 나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슬그머니 딴 생각이 든다. 이 한 알의 쌀을 만들어 내기까지 스쳐 갔을 마음들. 가뭄에 비가 오지 않아 타 들어가는 벼 이삭만큼 타 들어갔을 농부의 마음, 제 몸에 붙어사는 해충을 죽이자고 뿌려지는 농약에 함께 괴로웠을 벼 이삭. 내 꼴이 하라는 것 안하고 꼭 딴 짓을 하는 학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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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태화산 산행. 언제나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가파른 등성이에서 나뭇가지에 의지한 채 걸음을 내딛어 본다.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문제는 오르막이 아니고 내리막이라고. 태화산도 예외가 아니다. 내리막길 각도가 상당하다. 낙엽은 쌓여 잘못 딛으면 미끄러진다. 이력이 있는 분들은 낙엽 위를 스키 타듯 잘도 미끄러진다. 신나게 함성도 지른다. 나는 두 남자분의 손을 잡고 벌벌 기었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린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이렇게 소복이 내려 쌓이는 눈은 마곡사에서도 처음이란다. 자유시간, 내리는 눈을 맞으며 탑돌이를 했다. 온 세상이 하얗고 달빛 환하다. 시간을 잊은 채 발밑에 쌓인 눈에게 말을 걸고 걸어온 발자국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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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명상한다. 삶을 되돌아 보고 씻어지지 않는 앙금을 유서로 쓸 것. 딸내미에 생각이 미치자 하염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써 놓은 유서를 읽고 촛불에 태우는 의식을 거치며 나와 똑같은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회한과 부끄러움을 다 태워 버리고 하얀 도화지로 다시 태어나 이생에 하고 싶은 것 세 가지를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기. 짐을 벗어 버린 듯 편안하다. 내게 소원을 이야기하는 상대의 바램이 꼭 이루어 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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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리는 명상.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시간이다. ‘구나, 겠지, 감사하다’의 단계별 돌아보기.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더 심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를 하기. “엄마가 자식에 대한 애착이 심해서 하루에도 전화를 20번씩이나 해요” 민들레님의 사연이다. “엄마!. 전화 그만 좀 해!!” “더 크게 지르세요” “엄마~~!!, 전화 그만 좀 해애~~!!!” 어느새 그녀는 엄마를 향해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000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시기를” 연화대에 앉은 수련생에게 정성을 다해 3배를 올린다. 마가스님, 묘운스님도 수련생들과 함께 3배를 한다. 어느 라디오 리포터로 온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도 절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하고, 이렇게 절을 받으니 정말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힘내서 열심히 살기 바래요” “힘들때마다 오늘 이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라디오 리포터로 온 아가씨도 절을 받았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소감을 이야기 할 때 울먹임으로 이어진다. 내게 절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부터 포옹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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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편안하게 쉬는 방법을 배워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항상 생각들로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자신의 맡은 역할에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렇게 멋지게 살다가 사라지는 겁니다.” 마가 스님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그리고 수련생들과 나누는 깊은 포옹. 스님도, 속인도, 남자도, 할머니도 모두 사라진 자리. 어느새 행복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마음만이 마곡사 산문을 나서고 있다.

2005년 마곡사 겨울 템플스테이

“움추린 가슴을 활짝 펴자.”

마곡사 수련원에서는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으신 분...
세상이 너무 힘들고 괴로우신 분...
웃음을 지으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으신 분...
평화로움과 행복을 체험하고 싶으신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사오니 자기자신에게 맞는 소중한 선물을 하시기 바랍니다.

차수
일시
프로그램
내용
인원
금액
비고

1차
12월 31일 ~ 1월 1일
새해 맞이

Temple stay
묵은 한해를 보내며 반성하고

새해 발원.

밤 12시 새해타종

아침 6시 새해맞이 등산
200명
3만원
초등학생

무료

2차
1월 7일 ~ 1월 9일
실직자를 위한

Templestay
실의와 좌절에서 벗어나

온전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기
60명
자율보시


3차
1월 14일 ~ 1월 16일
부부명상

Temple stay
행복한 가정만들기

상대방의 마음 알아주기
30쌍
30만원
가족사진 지참

4차
1월 20일 ~ 1월 23일
자비명상
급하고 화가 많은 사람
30명
30만원
This is me

작성 해오기.

5차
1월 25일 ~ 1월 29일
산사에서 만나는 불교와 상담

(알아차림 명상)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25명
35만원
불교상담개발원접수02-737-8803, 016-341-4010

6차
2월 4일 ~ 2월 6일
예비 대학생을 위한

Temple stay
알찬 대학생활 설계하기
50명
10만원
I have a dream

작성해 오기.









※참가자격 : 108배 가능한 사람 누구나

※접수방법 : 마곡사 홈페이지 수련회참가신청서 작성 (홈페이지 : http://www.magoksa.or.kr)

※문의전화 : ☎ 041) 841-6221~6, Fax : 041)841-6227

※준 비 물 : 세면도구, 수련복 안에 입을 편한 옷(방한복), 장갑 등

※입금방법 : 농협 457090-51-005093 (예금주 : 마곡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 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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