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물 들어가도 고장 안나요?'

'사우나'에 너무 오래 있으면 좋은 '액기스' 다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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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수(kss4321)등록 2005.01.12 12:11
불경기라 장사하기 힘들고 직업 갖기도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도 여기 '해운대'에는 대형 찜질방, '사우나'들이 염치없이 불쑥불쑥 등장합니다. 이렇게 목욕문화가 번창하는 것은 사회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막상 할 만한 사업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회자되는 소위 '웰빙',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그 대형 업체에 비해 낙후된 기존 목욕탕들은 경쟁력에 밀려서 '세일'을 해도 적자를 면하지 못한답니다. 물 값, 기름 값도 안 빠진다고 하더군요. 자연스레, 수요자들은 삐까번쩍한(?) 곳을 찾아 몰려다니기 마련입니다.

우리 부부는 같이 운동을 합니다. 테니스, 속보가 주종목입니다. 그래서인지 목욕탕에도 같이 갈 때가 많습니다. 물론 값싸고 좋은 목욕탕이나'사우나'를 골라잡아서 담금질을 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목욕시간에 차이가 있지요. 저는 30분이면 적당한데 마누라는 그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답니다. 줄다리기해서 조정합니다. 그래서 '목욕시간'이 정해집니다. 보통 한시간 반쯤 됩니다. 저는 목욕을 다하고 휴게실에서 좀 놀다 나와도, 마누라는 그때까지 안 나올 때가 많지요. 몇 십분 늦게 나오는 '빠알간' 얼굴을 보고,

"삶아 나오는군." 하면
"당신 때문에 다 못 씻고 나왔소!" 하며 불만입니다.

목욕탕에서 TV를 보다 잠이 들어 호출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저가 먼저 대기하고 기다리는 편이랍니다. 남편이라면 이만한 관용(?)은 다 있어야지요.

한달 전, 날씨가 추워지면서 평소 하던 야외 운동이 어려워지자, 마누라는
"'헬스'도 하고 '사우나'도 하고, 좋고 싼 곳이 있는데...."
"00 엄마는 더 비싼 곳에 다니는데....." 하며 저의 심중을 타진해 왔습니다.

중년이 지나면서 몸은 불어나고 기력은 떨어지고... 앞으로의 본인 모습이 염려되어 대비책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한 것 같았습니다. 알짜 투자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마누라의 건강은 나의 미래와 행복에 직결된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후, 마누라는 '헬스'와 '사우나'를 거르지 않고 열심히 다녔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흡족해 해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달 됐는데 2키로 넘게 빠졌어. 체지방도.....정말 잘했지요?" 자료를 보여 주었습니다.
"한번 만져 보자. 그 똥배가 없어 졌는가?" 저도 이렇게 맞장구를 처 주었습니다.

마누라가 그곳에서 하루 보내는 시간은 대략 네 댓 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근육운동을 해서 알통(?)도 키우고, 평소 못했던 반신욕도 실컷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본전 너무 뽑다가, 병날라, 조심해" 하면
"내, 본전 좋아하는 것 알지요?"

그런데 어제였습니다. 마누라는 여느 날처럼 그 '웰빙'하려 일찌감치 나가더군요.
"오늘은 좀 오래 놀다 올께. 알아서 잘하소." 바람도 차고 해서 방콕(?)해 있는 저에게 점심까지 해결하란 뜻이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예고 없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저의 집에 들리셨습니다. 가까이 사셔서 자주 뵙는 편이라 큰 부담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저가 바라는 것은 빨리 마누라가 그 '사우나'에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보니, 네시간은 지났으니 한시간만 더 있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한시간이 지나도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마누라 휴대폰을 울렸습니다. '옷통' 에서 새는 신호음만 들렸습니다.

'뭘 대접은 해야하는데..... 할 것도 없고, 그만 중국집에 주문할까?' 처음 당해 보는 일이라 초조했습니다. 마누라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또 알았습니다.

"강서방, 그만 됐네. 에미가 '사우나'서 자는가 봐? 내일 또 오지 뭐." 어른들도 기다리다 좀 지치셨나 봅니다.

휴대폰 번호를 또 울렸습니다.

'사우나' 아니 '늪'에 빠진 마누라는 휴대폰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땀이 좀 맺혔습니다. 어른들께 조금만 더 계시라고 하고 그 '헬스'장의 '사우나'로 차를 몰았습니다.

"신××" 부탁합니다.

마누라의 '빠알간' 얼굴을 보니 누르고 있던 화가 치밀었습니다.

"완전히 익었네! 목욕 오래 하려면 휴대폰 차고 목욕해라!" 다행히 주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크게 잘못 없는 마누라를 보내놓고 저도 '사우나'를 했습니다. 시원섭섭했습니다. 3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마침 탈의실에서, 옷은 벗고 휴대폰은 들고, 탕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저는 원래 휴대폰이 없습니다.

옆에 있는 때밀이 총각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휴대폰에 물 들어가도 고장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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