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악몽?-씨네 21의 무가지 발행

씨네 21의 무가지 발행과 다른 잡지들의 무가지 열풍... 무가지 신문에 죽어나가는 스포츠지 처럼 위기에 놓이는 상황?

검토 완료

송승범(songcine81)등록 2004.12.29 11:28

영화주간지 씨네 21 ⓒ CINE 21

사실 이미 씨네 21은 지난 부산영화제 때 새로운 영화잡지의 탄생을 예고하는 맨트를 영화제 데일리지 표지에 표시를 하여 솔직히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거대 잡지와 거대 극장의 만남은 괜찮은 만남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이 잡지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잡지가 생각났다.
바로 '네가'라는 잡지였다.
국내에서 처음 영화무가지로 출발한 네가는 서울의 일부지역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영화잡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잡지는 유료로 판매되어 전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하지만 특이한 경로로 독자와 만났던 이 잡지는 유가지로 바뀌고나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나름대로 잘 만든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잡지 방식이 인터뷰 전문지로 변경이 되다가 다시 영화지로 잡지의 성격이 바뀌었다.
그러더니만 결국은 잡지는 폐간을 선언하게 된다.
얼마전 이메일 인터뷰에 만났던 전 네가의 편집장이었던 이지훈 씨(현 FILM 2.0 편집장)는 '나는 네가에 있던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게 진심이었겠지만 나는 내가 만약 이 편집장이었다면 보람은 있을지는 몰라도 아쉬웠을 것이다. 열심히 만든 잡지 한권이 독자에게 끌리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일 인 것이다.

씨네 21에서 만든 격주간지 'me'는 이런 점에서 '네가'의 절차를 똑같이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가벼운 잡지라고 얘길한다지만 이런 잡지들은 일회성으로 별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폐간했던 키노처럼 아주 복잡하고 어렵게 영화를 얘기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영화잡지의 등장은 그리 반갑지는 않다.

멀티플렉스 CGV 홈페이지 ⓒ CGV

결정적으로 이 잡지는 CGV라는 거대 영화잡지와 만든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상업적이라는 것이다. 돈벌려면 상업적인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잡지를 들여다보면 뒷면을 장식하는 광고가 CGV라는 것과 영화체널 HOME CGV에서 방송중인 새 외화시리즈 홍보,그리고 그 뒷면을 또 넘기면 CGV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인터뷰가 있다는 것. 1호와 2호가 이렇게 발행되고 있으니 3회에도 이 코너가 등장 안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처음부분을 읽으면 보통 영화잡지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CGV에 바치는 잡지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타 회사의 광고와 타 극장의 광고도 있다지만 이는 극 소수이며 그 극장 광고도 상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광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직 이 잡지는 CGV나 거대 회사들의 광고밖에 실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이 잡지가 CGV와 같이 만들었다는 점만 얘기하려고 이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얇은 영화잡지에서 우리가 뭘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무가지 신문 열풍과도 다를 바가 없어 나중에는 스포츠지가 몰락하듯 영화지도 몰락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아무 무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영화무가지 3인방의 등장 ⓒ FILM 2.0

알아본 결과 'me'이외에도 스크린과 프리미어가 영화 무가지로 발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무가지의 등장은 환영할만 일이지만 나는 이런 잡지가 허접이란 이름으로 냉대받다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네가' 같은 알찬 영화 무가지를 원하지 'me'처럼 홍보를 정보로 겨냥한 영화잡지는 반대한다. 아무리 자체기사로 나름대로 채우긴 했지만 그래도 CGV의 냄세가 나는 듯한 광고와 홍보성 인터뷰는 솔직히 별로이다.
과연 최고의 두 잡지와 영화의 만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 일에서 손을 땔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 잡지들이 '네가'처럼 유가지로 전국의 서점에 뿌려진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다. 또한 유가지로 변한다 하더라도 홍보성 기사를 싣는 일이라면 역시 반대이다. 영화잡지는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씨네 21의 이번 결정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진보주의로 시작한 한겨레...
하지만 이제는 독립법인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상업화에 손을 내밀고 있는 씨네 21.
솔직히 유감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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