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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초, 어느 날
중1 보강수업을 맡게 되었다.
교실 문을 들어서니 어수선하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까만, 올망졸망한 눈들이 낯선 선생을 신기하듯 노려봤다.
평소 느낀대로, 녀석들은 귀여웠다.
아직도 볼 짝에 젖살이 보얗게 남아 있었다.
설익은 풋 냄새가 말, 행동 하나 하나에 배여 넘쳤다.
그들 중에는 아직도 집에서 어리광 떨 것 같은 애들도 보였다.
이런 철부지 중학생을 둔 부모들이 떠올랐다.
부모의 그림자가 여기 교실에도 드리웠다.
이들과 비교할 때, 내가 담당하고 있는 3학년들은 애늙은이에 가까웠다.
1, 2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사춘기 통과의례 때문인가,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의 엄한 훈육 때문인가.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했다.
스스로 단정해 본다. 일생 중 제일 급히 변화할 때가 이 시절 아닌가 하고.
보강수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그 송골송골한 녀석들에게 입학 소감을 물었다.
"중학교에 들어오니 존나?"
"네에......" "아니요......" 들쭉날쭉했다.
볼멘 소리도 들렸다.
"너무 무섭습미다. 샘들이....."
"공부하기가 힘들어요."
"숙제가 너무 많아요."
".................."
"무섭기는? 이제는 중학생이야. 예전처럼 철없이 놀면 안 돼."
내도 모르게 또 겁을 주고 말았다.
녀석들은 주워진 과제물을 하면서도 시끌벅적 됐다.
그 아이들 속에 교복이 너무 커서 어색한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교실에 있어도 전혀 손색없는 앳된 애였다.
다가 앉아, 살짝
"아빠, 엄마가 너 중학교 보내 놓고 걱정 안 하시나?" 했더니
"걱정 디게 해요. 특히 엄마가요." 맑고 쾌활했으나 시큰둥했다.
걱정하는 엄마를 이해할 것 같았다.
"오늘 집에 가거든, 엄마에게 이제 걱정 고만 하시라 해라.
공부도 행동도 이제부터는 니가 알아서 잘 한다 해라. 알 것 제?"
"네-"
"그 대신 부모님이 믿게 끔 집에서도 잘해야 한다. 중학생이 됐으니까......"
"네-"
"아이구 착하네"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그는 인사 잘하고 다정한 학생으로 다가 왔다.
모르고 지나칠 때도 "안녕하세요?" 하면서 내 반응을 기다리며 눈도 맞추었다.
어느 날 마루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큰 아이들 속에서 작은 녀석이 제일 크게 인사했다.
"대희야, 이리 와 바라.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나?"
"네-"
"엄마가 뭐라 하시데?"
"그냥 웃던 데요."
"그라모 됐다. 성공이다. 자, 이제는 믿게 해야 한다. 알 것 제?"
"네-, 헤헤"
며칠 뒤 중간고사가 있고 난 뒤 만났다.
"안녕 하세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 대희네, 영어시험 잘 칬나?"
"네에, 하나 틀렸어요!" 큰 자랑이었다.
"아이구! 잘했다! 대희야. 이젠 공부 외에 다른 것도? 알 것 제?"
말랑한 볼과 보송한 머리를 쓱쓱 만져 주었다.
작은 키가 불쑥 크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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