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제발 산행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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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bakilhong)등록 2004.11.02 15:29
사람들은 도대체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단지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라면 훨씬 힘을 덜 들이고도 갈 수 있는 수목원이나 자연휴양림 등이 도처에 널려있고, 운동을 위해서라면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즐비한 데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그 대상이 산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빌딩숲과 자동차 홍수, 그 사이를 정신없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현대문명과 단절된 산 속에서 산이 주는 고즈넉하고 넉넉한 느낌을 온몸으로 받으며 푹 쉬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산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심에서와는 달리 매우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걷는 모습이라든가, 일상에서와는 달리 산을 오르 내리는 길에 마주치는 다른 등산객들을 위해 기꺼이 길을 양보하는 모습 등을 보면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안타까운 장면들이 산에서 자주 목격된다. 마라톤 선수가 잘못 산에 온 게 아닌가 싶게 껑충껑충 산길을 뛰어다니며 산행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이라든가,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계속 휴대폰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좁은 산길을 껑충껑충 뛰어다님으로써 다른 등산객들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방해하는가 하면, 통화환경이 좋지 않은 산 속 조건을 무릅쓰고 통화를 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고함 수준의 휴대폰 소음을 일으킴으로써 모처럼의 고즈넉한 산행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산을 찾을 때는 다들 자신이 왜 산을 찾았는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힘 안 드는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다 놔두고,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들 다 버려둔 채 왜 산을 찾았는가를 명심했으면 한다.

앞으로는 모처럼의 산행에서 도대체 왜 산에 왔는지를 모르겠는 사람들과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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