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검토 완료

유영수(grajiyou)등록 2004.10.20 14:46

다보탑 모형 앞에서 저만 빼고 포즈를 취해 봤습니다. 다들 예쁘고 착한 동생들이지요. ⓒ 유영수



이왕 모이는 건데 맛있으면서도 입맛을 확 당기는 식사를 하기 위해 강남역으로 장소를 잡았다가 갑작스럽게 종로로 장소가 변경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강남역의 단골낙지집에서 매콤한 낙지볶음과 개운한 조개탕을 먹으려고 했는데 계획이 무산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모이고 보니 갑작스레 야근을 하게 된 오늘의 주인공 용범이와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못 나온 정애씨를 빼니 5명만 얼굴을 비추었네요. 그래도 종로로 약속장소를 바꾸는 덕분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느라 웬만해선 짬을 내기 힘든 경선이도 함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우리들은 근처에 있는 고깃집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정작 축하를 해주고 싶었던 용범이와 정미 커플이 온전히 참석하지는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정인들과 식사를 하며 소주 한잔 하는 자리는 즐거울 수밖에 없지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모임이 있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지만
,특히나 이 동호회는 저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모임이랍니다. 처음 알게 된 시기도 얼마 되지 않았고 만난 횟수를 따져봐도 몇 번 안 되지만 유난히 정이 많이 가고 살갑게 느껴지는 친구들입니다.

아마도 처음 봤을 때부터 반갑게 맞아주고 허물없이 오빠, 형이라 부르며 지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저에겐 여자동생이 없기에 오빠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여자동생들이 한없이 예쁘게만 느껴집니다.

ⓒ 유영수



ⓒ 유영수



갈비살과 함께 싱싱한 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시장했던 뱃속이 든든해집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별미반찬으로 번데기가 나오는 겁니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에 사먹던 기억 외엔 먹어본 적이 없던 그 추억의 번데기를 특히나 여자들이 곧잘 먹습니다. 추가로 주문까지 해가면서 말이지요.

기대했던 것만큼 갈비살의 맛이 훌륭하진 않았지만 얼큰한 맛의 된장찌개가 일품이어서 밥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 듬직하고 배려가 깊은 친구입니다. 우리 동호회의 총무 역할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답니다. ⓒ 유영수



고명식. 형인 저보다 훨씬 속이 깊고 심지가 곧아서 평소에도 제 눈에 동생처럼 보여지지 않는 친구입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애교가 많고 익살스러운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 친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지요.

이제 결혼 1주년이 조금 안 된 신혼인데 얼마나 와이프인 정애씨에게 잘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샘이 다 날 지경이랍니다. 거의 닭살커플의 진수를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혼을 앞둔 동호회 회장 정미는 번데기를 무척 좋아하더군요. 피곤해 보이는데 실물은 훨씬 예쁩니다. ⓒ 유영수



동호회 내에서 공식커플로 활동하던 용범이와 정미는 약 한달 보름 정도를 앞두고 급하게 날이 잡혔답니다. 11월 28일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이지요. 내년 봄쯤에나 식을 올리게 될 것으로 생각했던 동호회 회원들은 모두 놀라면서도 매우 기뻐하며 축하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정미는 말 그대로 '쿨'한 친구입니다. 인라인과 등산을 즐겨 하고 털털한 성격에 약간은 중성미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여지지 않는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가끔씩 하나씩 그 매력을 발산하는 예쁘고 건강한 아가씨입니다.

정말 잘 어울리는 용범이와 정미 커플의 모습입니다. 안면도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 유영수



요즘은 결혼준비에 갑자기 편찮으신 아버지 일까지 고민이 많을텐데 그래도 씩씩하게 잘 이겨 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친여동생처럼 여겨지던 정미가 시집을 간다고 하니 웬지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처럼,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면서 아쉬움이 마음 한켠을 차지하곤 합니다.

결혼 2년차 주부 경선이의 예쁜 척하는 모습입니다. 아줌마답지 않은 몸매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하지요. ⓒ 유영수



종로구 평창동에서 '인 마이 메모리'라는 예쁘고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신랑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잘 살고 있는 신경선. 새침
떼기일 것처럼 보이지만 내숭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수다를 즐겨 하는 전형적인 새색시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허니'라는 호칭을 써가며 느끼한 멘트를 남발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곤 하지요. 요즘은 집을 나간 애완견(?) 마이 때문에 걱정이 많답니다.

경선이가 애타게 찾고 있는 마이사진입니다. 혹시 보신 분들은 연락 바랍니다. ⓒ 신경선



모기에 물려서 사진이 예쁘게 안 나왔다며 투덜대는 성순이의 귀여운 모습입니다. ⓒ 유영수



성순이는 학업 때문에 지방에서 생활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는 주말부부랍니다. 말투도 남자 같고 애교라곤 눈꼽만큼도 찾아 보기 힘들지만, 표현하지 않을 뿐 속정이 깊고 의리가 있는 친구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신랑이 자주 전화해 주지 않는다며 투덜대지만 신랑을 사랑하는 마음을 저는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동호회 여자들의 공통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혀 내숭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 편하고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성순이도 예외는 아니지요.

먼저 보자고 한 사람도 저였고 동생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사주려고 미리 작정하고 왔기에 음식값을 제가 지불하려 했지만, 동생들은 그러지 말라며 회비를 걷어 식대를 계산합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나 온라인을 통한 동호회 모임에서는 일반화된 아주 자연스런 것입니다. 나이나 직업, 성별을 불문하고 항상 나온 비용의 1/n을 각자 부담하지요.

물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고 아주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 똑소리 나게 계산적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386세대인 저로선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채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위해 우리는 근처에 있는 민들레영토 종로2가점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마시며 서로의 근황과 걱정거리들 그리고 여담으로 시간을 보냈지요.

써빙 보는 아가씨의 앙증맞은 소품을 빌려 기여이 사진을 찍고 마는 경선이, 참 재밌는 아줌마입니다. ⓒ 유영수



마음이 울적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 친한 친구나 지인을 만나 맛있는 식사와 함께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행복임이 분명합니다. 요즘 고민이 많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저에게 어제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매콤한 낙지볶음보다 훨씬 얼큰한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과 개운한 조개탕은 비교도 안되는 시원한 웃음보따리 속에서 채 털어 놓지도 않은 제 근심은 훌훌 날려 보낼 수 있었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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