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狼狽)를 맛보다.

지방지를 보면서 '아까운 종이'를 떠올립니다.

검토 완료

최향동(chd1025)등록 2004.08.28 19:05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도모했을 때 잘 풀리지 않아 처지가 고약하게 꼬이는 경우를 두고 '낭패(狼狽)'를 떠올립니다. 여기서 낭패는 전설상의 동물을 일컫습니다. 전설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낭는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습니다. 그런가 하면 패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 둘은 항상 '같이 붙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합니다. 또한 낭은 용감하지만 지모(智謀)가 부족한 반면 반대로 패는 지모가 뛰어나지만 겁장이라 합니다. 결국 낭패는 마음이 맞아 같이 있을 때는 훌륭하나 다투기라도 하면 서로 떨어지게 되어 아무일도 못하게 된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극단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낭패를 이리 장황하게 늘어뜨려 설명한 것은 최근 광주지역 일간지들을 보면서 바로 '낭패감'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광주전남 지역 연고 여야 국회의원들과 시도지사간의 광주전남 발전 합동간담회가 무산되었다’는 보도기사를 내면서 지방일간지들은 한결같이 사실의 적확성을 떠나 다소 의도된 결론과 예단성 기사를 편집하여 지면을 장식하였습니다.

“지역현안 한목소리 물건너 가나”
“與 의원들,방법론 견해차 불참 통보”
“분파 가속화・・・‘상생 도외시 처사’ 비난”
“정략적 판단 비판”
“지역현안 해결 엇박자 우려”
“광주는 전원 불참...지자체・정치권공조 ‘삐걱’” 등등.

이 보도기사 유형들을 보면 마치 여당의원,특히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든 일을 망치는 듯한 뉘앙스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후좌우 사정은 이 헤드라인 문구를 보면 전혀 헤아려지지 않습니다. 마치 여당의 광주 국회의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감정적인 이유로 지역발전을 외면하는 처사를 보이고 있고 편협한 국회의원 인상을 그대로 풍겨주고 있습니다.

이에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방지의 보도태도에 아주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기실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다소 공감이 갑니다. 물론 언론을 대하는 전문성이 부족한데서 온 것일 겁니다. 매주 의원회관에서 조찬모임을 통해 지역현안들을 꼼꼼히 챙기고 국정의 결정과정이나 실행주체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사실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질 만도 합니다. 문제는 사안에 따라 충분한 밑취재가 부족한 상태에서 보도기사가 급행열차를 탄다는데 있어 보입니다. 거기에 그들의 못마땅함이 자리합니다. 광주의 한 의원은 “지역현안에 대해 그 동안 우리 의원들은 이를 꾸준히 제기하였고 정부의 해당부처와 지속적인 조율을 해오고 있는데 마치 단체장이 노련한 언론쑈를 통해 우리 의원들이 노력한 결과물을 다 따먹고 있다. 우리는(의원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듯한 보도를 언론들이 해대고 있다”며 불쾌해 하였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 어쩌면 ‘굴곡’과 ‘굴절’이 존재합니다. 이언치정(以言治政)이라는 언론의 본래적 사명이 ‘굴곡과 굴절’로 얼룩지는 것에 낭패(狼狽)는 존재합니다. 지방지도 그럴 것이며 국회의원도, 이를 보는 국민들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언론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요즘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열 ‘균형발전과 분권’은 낭패를 당할 것입니다. 결국 낭패로 인한 손해는 국민이 감당하게 됩니다. 지방지를 보면 '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과연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 점에서 광주지역 양형일 국회의원의 주장은 새김질을 해볼만합니다. 아래의 글은 양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www.hiyang.or.kr)에 "편협한 광주출신 의원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입니다.



<양형일 국회의원 홈페이지 실린 전문>

편협한 광주출신 의원들?(8월28일 자유게시판)


최근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제안과 초청으로 호남권 의원 모임이 있을 예정이고 그 자리에서 지역 현안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지역발전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매우 좋은 취지인데도 광주 출신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이유 혹은 감정적 이유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그런 태도는 지역발전을 외면하는 처사이고 매우 편협한 자세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말로 어이없고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였습니다. 광주 출신 의원들이 왜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었습니다. 의원들이 불참하기로 한 까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광주 출신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모임에 대해 시도의 책임있는 인사로부터 사전 협의나 초청을 받은 사실이 없었습니다. 몇명의 전남 출신 의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들이 와서 묻거나 혹은 신문에 그런 모임이 있을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는 보좌진의 얘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그 모임은 당적을 떠나 열린 우리당은 물론 민주당, 지역적 연고가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초청된다고 했습니다. 그런 모임이라면 최소한 시도당 위원장들과 사전에 이런 취지와 형식으로 자리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 정도는 있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 상의나 통보도 없이 언론에 먼저 알리는 행태의 진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둘째, 진정 지역발전이나 현안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가능한 자리일까요?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 초당적 차원의 모임이란 아주 그럴싸한 형식입니다. 선전적 의미로는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30-40명의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무슨 진지한 얘기가 가능할까요. 시도지사의 일장 스피치나 이미 다 아는 현안이란 얘기들으면서 술밥먹는 홍보성 이벤트라면 이는 진정 지역민들에 대한 기만과 배신이 아닐까요?

세째, 초청일인 9월 6일은 정기국회 벽두입니다. 의원들의 스케쥴이 매우 바쁠 때라는 것은 지레 짐작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누가 어디로 모이라고 해서 금방 모일 수 있는 사정도 시점도 아닙니다. 초당적으로 지역 출신 혹은 연고 의원들이 모인다고 지역민들께 나름대로의 기대를 심어놓고 이런 일정과 저런 사정으로 오지 않고, 또 왔다가 얼굴만 보이고 자리를 뜨는 엉성한 모임이 된다면 이 또한 지역민들께 실망을 주는 자리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가 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네째, 지역 출신 의원은 물론 연고가 있는 의원들까지 다 모인다고 해도 국회 회기중에는 그 파장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는 모임입니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입니다. 예산 확보를 놓고 의원과 의원 사이, 지역과 지역 사이, 그리고 당과 당 사이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회기입니다. 그런 상황에 마치 호남권이 뭉쳐 세력화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면 그로 인해 야기되는 역반응과 견제는 오히려 지역 현안에 필요한 국고지원을 훨씬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문화중심도시 추진 예산만 하더라도,'왜 광주만이냐'는 반발이 우리당 내에서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섯째, 참여정부나 우리당에 대해 비우호적인 일부 언론이 그런 모임을 지역감정이나 갈등을 조장하는 시각으로 기사화할 경우, 그로 인해 야기되는 부정적 파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진정 지역을 사랑하고 발전을 염원한다면 어떤 방법이 지혜로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광주 출신 의원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홍보나 선전 효과에 개의치 않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족하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정기국회에서도 저희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쫒기는 시간이라 두서없이 적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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