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누구도 때리지 마세요

2집 음반 낸 꽃별의 기쁨과 분노

검토 완료

김기(mylove991)등록 2004.08.23 16:25

꽃별의 두번째 앨범 'Star Garden' ⓒ 김기

국악계와 가요계를 넘나드는 몇 안되는 젊은 소리꾼 김용우. 그의 세션 밴드에 유난히 눈에 띄는 여자 해금주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꽃별이고 3년 전 당시 한예종에 재학 중이었다.

보통 해금 연주자들이 의자에 앉아 곱게 연주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었는데 이꽃별은 그러지 않았다.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런닝차림의 날렵한 모습으로 현란한 무대매너를 보였다.

자연 사람들의 시선은 이꽃별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었고 그런 사람 중에는 이꽃별을 그저 감탄하기 보다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

김용우의 일본 공연에 참가하던 중에 우연히 일본 매니지먼트사에 발견되었고 전격적으로 전속 계약이 맺어져 작년 한일 양국에서 첫번째 해금음반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년이 지난 올해 7월 이꽃별의 두번째 음반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이꽃별 ⓒ 김기

그녀 스스로 작곡한 3곡을 포함한 두번째 음반은 Star Garden. 첫번째 앨범은 Small Flower였으니 첫번째는 꽃이고 두번째 음반은 별이다. 그녀의 이름을 하나씩 붙여 만든 음반이고 성장하는 여인의 섬세한 감성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두번째 음반은 한국의 맛, 일본의 맛 그리고 국적을 논할 필요 없는 뉴에이지 스타일의 몇 곡이 수록되어있다. 물론 이꽃별의 해금이 그 모든 음악색채의 가운데에 서 있음은 물론이다.

두번째 앨범 타이틀의 의미를 묻자 이꽃별은 "별은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바라보는 별은 가족처럼 따뜻하거든요. 밤이 되면 하나둘씩 별이 뜨는 모습이 꼭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같기도 하고요" 스물다섯이면 숙녀이겠지만 연주자 이꽃별의 심성은 아직 소녀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국악계의 가장 돋보이는 젊은 연주자 정수년, 강은일 두 명에게서 실력을 닦은 이꽃별의 연주는 스승의 장점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정수년의 깊고 섬세한 성음과 동시에 강은일의 다이내믹하고 끈끈한 음색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2집 앨범이 발매와 동시에 각종 언론에서 주목을 받는 등 대박을 예감하고 있는 것이 요즘 꽃별인데 왠일인지 표정이 밝지 않다. 그 이유인즉, 지난 8월 12일 자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 때문이었다.

조선일보 기사 이야기를 할 때 이꽃별의 큰눈에 눈물이 그렁하기도 했다 ⓒ 김기

조선일보의 보도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이던 작년 꽃별은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면 국악계에서 매장당한다”는 주변 만류에도 음반을 만들었다. 첫 음반이 나오자 국악계에서는 “어떻게 국악을 크로스오버로 망가뜨릴 수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분이 특히 문제인데, 조선일보 기자의 의도가 어디 있었던 간에 이와같은 보도내용은 우선 사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또한 해당 기사를 쓰기 전에 이꽃별과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기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꽃별의 신상에 이입하여 풀어나간 것이다. 기사가 나간 후 이꽃별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정정보도를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가 사실과 너무 다른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국악계를 매도하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는 이꽃별은 인터뷰 도중에도 자주 "조선일보 기사가 계속 마음에 걸려요" 하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첫번째도 그랬고 이번 음반도 선생님들이 모두 칭찬해주셨어요. 물론 제 음반이 크로스오버이긴 해도 선생님들은 잘 아시거든요. 전 음반을 만들기 전에 전통음악, 그러니까 정악과 산조를 평소보다 더 열심히 탄 후에 녹음에 들어갑니다. 크로스오버는 단지 지금 저의 모습일 뿐이고 미래의 모습으로 결정지은 것은 아닙니다."

이꽃별의 주활동 무대는 일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꽃별의 떠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을 뿐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을 키워준 한국은 떠남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한 후 반드시 돌아올 그녀의 따뜻한 가족의 품일 따름이다.

이꽃별이 이번 기사의 아픔을 딛고 훌륭한 해금연주자가 되기를 바란다 ⓒ 김기

다행히도 국악계의 많은 사람들은 조선일보의 기사를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세상에 크로스오버한다고 핀잔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우기 젊은 연주자가 그것도 외국에서 음반을 내준다는데 격려는 몰라도 '매장'시킬 사람은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만 없었더라면 두번째 음반을 낸 이꽃별은 모든 면에서 행복했을 거라고 하였다. 실제로 한일 양국에서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로 인해 이꽃별이 겪고 있는 고통은 새음반의 호응에 대한 기쁨을 앗아가는 듯 보였다.

이꽃별은 끝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주자예요. 제 존재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정말...제 이름으로 아무도 때리는 일이 없어야..."말을 더 잇지 못하였다.

한 명의 좋은 연주자가 만들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언론이 맡아야 할 비판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순수예술 분야가 대중문화에 비해 눈에 띄게 저성장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 비판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비난 기사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며 그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더불어 고통받는 당사자인 이꽃별에게 사과도 해야 할 것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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