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오는 소리 ⓒ 김요수
눈이 오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 봅니다.
댓잎에 사그락거리기도 하고
잔디에 따북거리기도 하고
흙 위에 사뿐거리기도 하고
지붕 위에 휘리릭거리기도 하고
큰 은행나무 위에 하늘거리기도 합니다.
▲ 텅 비어버린 마음 ⓒ 김요수
요즈음 제 마음이
곳곳에 눈오는 소리처럼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합니다.
서울형이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너무나 좋아하십니다.
그래 한달음에 지영이모집에 가셔서
자랑하고 오십니다.
숨이 벅차서 잘 드시지도 않고
바깥 드나드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이.
▲ 집을 사서 이사한 형 ⓒ 김요수
말끝에
애기를 봐주고 아이들 크면
부모 안보는 자식이 많다고 한숨이십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밖에 나와 쭈그리고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매가 온다면
난 어머니를 어떻게 모실까?
그러기 전에 어머니를 튼튼하게 모실 수 있을까?
지금도 잘 해 드리지 못하는데.
▲ 어머니에 대한 마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 김요수
그냥
어머니 말씀을 듣고 있으면
가슴으로 눈물이 흐릅니다.
이렇게 긁적거리는 지금도
자꾸 눈물이 나서 글씨가 얼룩거립니다.
말로 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제가 나오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자꾸 보시면서
'느 아부지가 좋아할 일인디......'
동인이 혼자서 알콩달콩 노는 모습을 보시면
'저것이 꼭 느 아부지 닮았지이?!'
찻집에 손님이 드물어 일찍 들어가면
'느 아부지는 십원짜리부터 모았은께.'
아무에게도 아버지 말씀을 꺼내지 않으시는데
저에겐 꼭 아버지 말씀을 넣으십니다.
▲ 사랑방같은 찻집 하고파 ⓒ 김요수
집 가까이에 한옥을 하나 사서
사랑방처럼 찻집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도 자주 들를 수 있게.
이제
그 욕심도 버립니다.
그저 하루를 부지런히 탈없이
잘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눈이 조용히 옵니다.
제 마음도 조용해졌나 봅니다.
▲ 조용해진 마음 ⓒ 김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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