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는 친일 후손들의 대표인가?

친일 후손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걱정하는 박근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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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준(anti21)등록 2004.08.21 10:23

8월19일 ⓒ 매일신문


이 자리에서 "신기남 의장의 사퇴를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 의장에게 아이들이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신 의장 선친에게) 손자, 손녀가 되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 봤다. 저렇게 되면 그들에게 영원히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이 과연 노 대통령이 말하는 화해인가."

그리고 또 "신 의장 사퇴를 계기로 친일조사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한다."라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박 대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친일진상규명법을 시행도 안 하고 (조사대상) 수를 '늘려라' '줄여라'고 한다. 또 그 시절을 모르는 후손이 할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알게 됐다고 치자. 얼굴 들고 살겠나. 확인이 안 되는 과거사를 두고 수많은 사람이 '맞다' '아니다'하며 소송이 일어나고 그러다 한 세월이 다 갈 것이다."

'누더기 친일규명법'을 개정하고자 할 때 "정치적 보복"이라고 하던 박 대표가 과거사규명에는 '친일 후손들의 마음의 상처'를 들먹인다. 너무나 인간적이다. 자신의 정적이었던 신 의장의 자식들까지 걱정해주는 저 자상한 모습. 너무나 감동적이다.

물론 친일 후손들이 받을 충격은 클 것이다. 여태껏 나라를 세우고 지킨 조상이라고 자랑스러워했는데, 그리고 경제적 풍요와 안정된 삶을 물려준 조상이라고 고마워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제국주의의 앞잡이였고 반공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학살한 자들이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친일 후손의 대척점에 서 있는 항일투사의 후손들이 겪은 세월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런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 놈들 등쌀에 못살고, 해방 이후에는 친일민족반역자들의 탄압에 숨죽여 살아온 그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박 대표의 말은 아마도 매우 비인간적으로 들릴 것이다.

나라가 해방된 지 60해가 다 돼 간다. 우리 민족의 역사 시계는 어디쯤 와 있을까? 일본군 헌병 오장의 후손은 여당의 대표를 하고 일본군 장교의 후손은 야당의 대표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항일 투사의 후손들은 3대를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현실이다.

이런 역사의 왜곡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 과거사 규명이다. 그런데도 소위 공당의 대표란 사람이 친일 후손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먼저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박 대표는 진정 '친일 후손 단체'의 대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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