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문제! 반성과 대안

청산 못한 우리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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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wearea)등록 2004.08.12 21:08
역사 왜곡 문제로 온 나라가 뜨겁다. 이 열기가 예전처럼 곧 식어들 것인지, 지속적인 관심사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1999년 7월 약 2주간에 걸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옛 고구려 문화유적지를 탐방했다. 당시 중국은 1996년 5월부터 시작해서 2000년 11월 발표한 '하상주 단대공정'의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다.

하상주 단대공정(夏商周 斷代工程)이란 전설에 불과한 중국의 기원인 하(夏)왕조와 요 임금, 순 임금을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즉, 중국 역사의 시작을 기원전 871년에서 2070년으로 올려 그동안 중국이 떠들던 '중화문명 5000년'을 확정지은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역사적 시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류문명의 발상지는 중화(중국-55개 다민족 연합)'라며 2003년 6월에 시작된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의 예고편을 알린 것이었다.

필자가 답사를 시작한 옛 고구려지역의 답사에는 중국 공안(경찰)이 항상 따라다녔으며 사진촬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우리가 관심을 가진 흘성골성(오녀산성), 환도산성, 집안박물관, 광개토대왕 비문 등은 사진 촬영조차 못하게 했다.

중국의 의도에 대해 필자는 강한 의문을 가졌지만 대부분 중국인들이 고구려 유적을 "코리, 고리"라고 부르며 고구려를 인정하고 있어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2001년 8월 중국 성도를 거쳐 서역(티벳)을 찾았다. 당시 티벳지역도 '서역공정'이란 이름으로 중국은 대규모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와 함께 철저한 정치적 탄압과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었다.

포탈라궁과 더불어 티벳인 최고의 성지인 조캉사원은 1년 내내 참배객들이 찾는 곳이다. 조캉사원 입구에는 티벳인 2~3인만 모이면 중국공안과 중국에 고용된 사람들이 욕설을 하며 흩어지라고 폭력을 행사했다.

최근 중국의 '중화문명탐원공정'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동북공정'은 2003년에 명지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중국사회과학원의 핵심인물이자 세계 최고 청동기 전문가 리쉬에친[李學勤]이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은 사회과학원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중화 중심으로 몰아가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제국주의를 꿈꾸는 중국정치권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기초이기도 하다.

중국이 이렇듯 역사를 정권 차원에서 집대성하는 모습과 달리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버리고 말았다.

일본제국주의는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하고 말살했다. 일제가 물러나자 일제에 교육을 받은 '진단사학회'는 한국의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일제 잔재 역사의 정통성을 옹호하며 다른 이론을 제시하는 학자들을 매장하는 소위 '그들만의 학맥'을 구축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같은 친일파 장교 출신인 박정희에게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대응하는 논리를 만들어 준다는 핑계로 '통일신라'를 강조해 신라 역사 재창조의 시대적 사명을 부르짖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민족의 역사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통일 신라만이 우리 역사에서 최고라고 배워 온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학계는 고구려를 논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것이었고, 발해사에 대해서는 연구된 것이 없으니 논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또 학계는 주어진 떡고물만(프로젝트 수행) 받으면서 '온실' 학문을 계속했다. 정치 권력은 이러한 '온실' 학자들과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해도, 세계적인 지도회사나 여행사, 각 국의 역사교과서나 홈페이지에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어도 정부 차원이나 학계 차원에서는 그 어떠한 조치나 항의를 하지 않고 정부는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겠다고 하거나, 학자들은 '만주땅은 우리땅이다'라고 하는 말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진중(?)하고 고고하게 만류한다.

경복궁이나 덕수궁, 창덕궁을 가보라! 중국 사람들은 우리의 궁궐을 단돈 1000원에 들어와 '자금성의 화장실'정도로 여기며 떠들고 담배를 물고 다니며 우습게 여기고 있다.

반면 우리가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을 방문할 때는 어떤가? 10000원 정도의 입장료와 중간중간 별도 입장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감지덕지하면서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오만한 중국인들을 경험한, 소박한 국민들이 몇 마디 내세운 말들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라는 또 다른 현실 왜곡이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올바른 연구를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지금까지 극히 소수의 학자들을 제외하곤 소위 주류 사학계는 우리 역사(고구려사를 포함해서)에 대해 어떤 연구를 했는가 묻고 싶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언론과 소수학자들이 어렵게 문제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대책위원회를 만든다,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든다, 모금운동을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자국 역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왜곡을 포함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사회과학원을 통해 국가 정통성의 논리를 제공한다. 미국의 경우도 각종 연구재단이 논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국가 정체성의 이론적 근거를 연구할 각 연구기관은 모두 제 각각이다.

세종연구소/ 국사편찬위원회/ 정신문화연구원/정부기록보존소/ 고구려연구재단 등이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있으며, 서로 연계해서 내놓는학문적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특히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국가기관인 해외문화원 10곳은 국정홍보처와 문화관광부로 5곳씩 분산되어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을 위해 주관 부처의 통일이 필요하다.

또 그동안 놀고 먹는 해외문화원이라는 악명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문화의 효과적인 홍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외국에서 자비로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현지 전문성이 있는 우리 교민 등을 연결해 이들에 대한 연구지원과 정보 취합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과의 문화재 교류를 위해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의 문화재계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공계 연구기관 중 가장 낮은 3급 수준의 국립문화재연구소 기능과 인력, 예산으로는 북한과의 문화유산 공동연구나 기술지원은 불가능하다.

정규직 100여 명, 일용직 100여 명 수준은 국가의 다른 이공계 연구기관(대부분 1급 원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양한 문화유산(문화재)의 연구를 위해서는 현 연구소를 1급 이상의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확대하고, 민간기관의 다양한 문화재연구에 대한 지원과 기획, 정책 기능을 수행케 해야 한다.

고구려 유물이 많은 북한과 신라, 백제 유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와 상호 교환전시도 해야 한다. 새로 건립되는 용산박물관의 경우 고대사 전시관과 아울러 고구려 전시관의 면적도 확대해야 하며 현재 경복궁 뜰에 있는 불교 석조 문화재들을 용산으로 그대로 옮겨갈 것이 아니라 석조 문화재들은 제자리에 둔다는 큰 원칙 아래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용산 국립박물관의 넓은 마당에 광개토대왕비 모형 복원을 시민 성금으로 만들고, 성금을 낸 시민들의 이름을 작은 동판에 보존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자긍심고취와 국립박물관에 '나의 유물도(비록 모형이지만)있다'라는 애정이 있게 하는 기획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그동안 자의와 타의로 신라와 조선에 비해 잊고 있었던 고구려(고대사)와 발해, 고려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영화도 만들고, 오페라도 만들고, 연극도 만들어야 한다. 또 일본축구협회에 빼앗긴 북방계열의 상징인 “삼족오” 문양에 대한 역사문화적 의미를 찾아와야 하며, 고구려 고분 벽화의 액자화를 통한 문화상품화, 백제 향로 및 신라 금관과 같이 “광개토대왕비”의 문화상품화를 통해 고구려가 우리들의 생활에 깊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떤 정권보다 국가 정체성 확립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국가정체성과 관련하여 특히 각 기관에 혼재되어 있는, 즉 문화재청과 산하 수 십 개의 기관-문화관광부 외청/ 국립중앙박물관 - 문화관광부 도서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 문화관광부 도서관박물관과/ 국립도서관의 전적류와 고문서/ 정부기록보존소/ 국사편찬위원회/ 정신문화연구원/ 고구려연구재단/ 세종연구소/ 대학박물관 - 교육부/ 전쟁기념관 - 국방부/ 사찰의 성보박물관 - 조계종/ 서울대 규장각과 국립대학 도서관의 고문서 / 지역 문화원에 방치되어 있는 발굴문화재/ 국정홍보처와 문화관광부로 분산되어 있는 해외문화원 관리 / 민족문화추진회(국역) - 교육부/ 한국은행 소장 의 고미술품/ 외교통상부의 수집 및 기증 고미술품/ 국립국악원 - 무형문화유산/ 국립미술관의 50년 넘은 미술품/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환경부 관할의 국립공원 등 역사.문화유산 관련 국가 기관들을 정책, 기획, 조율할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즉 책임 있는 총리 급(정무직이 아닌 전문직)의 국가 역사.문화유산연구기구로 통폐합해서 국가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과 위에서 언급한 기구들의 예산과 인력을 합리적으로 조율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 기구들에 산재해 있는 총무, 인사 담당자들을 100으로 본다면 기구 통합 시 30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며 나머지 인력은 모자란다고 아우성인 전문직으로 인력(직제) 조정이 가능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유기적이고 협의적이고 효과적인 국가 역사.문화유산연구와 정책의 결정이나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위기는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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