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의, 잔혹성에 너무 관대> 라고?

중앙일보의 <영화 심의, 잔혹성에 너무 관대> 기사에 대한 반론

검토 완료

허지웅(ozzyz)등록 2004.08.09 17:11
일요일자 인터넷 신문을 흟어보다가 <영화 심의, 잔혹성에 너무 관대> 라는 제목의 기사가 언뜻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왠 시대 착오적인 표현 수위 논란이란 말인가. 뻔하디 뻔한 내용일 것 같아 볼까 보지말까 망설이다가 클릭을 했다. 그런데 역시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기사 애초부터 핀트가 한참 어긋나있다.

이 기사는 <쓰리-몬스터> 가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음에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배우가 잘나서" 심의를 무사 통과했으며, 이 작품이 전례가 되어 '앞으로는 더욱 잔혹하고 인명을 더욱 경시하는 영화들이 버젓이 상영될 거라고 생각하니 떳떳하지 못하다' 라는 재난수준의 '미심쩍은' 의견들을 늘어놓고 있다.

이들이 국민을 생각하는 따뜻한 애정어림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국민은 오직 계몽되고 선도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박정희 시대의 논리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데 분노를 느낀다. 이 기사는 정작 문제가 되는 시대착오적 심의 논리에 대한 비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중학교 학보사 수준의 인용구들을 통해서 이 '잘못된 상황' 에 대한 독자의 비판을 강요한다.



이러한 기사가 나온 배경은 뻔하다.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폭력 구조가 문화 산업의 '비 도덕성' 때문이라는 삼류 논리이다. 그런데 기자 양반, 유영철이 사람들을 칼로 찌른 것은 <공공의 적> 때문이 아니고, 콜롬바인 고등학생이 친구들과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한 것은 '마릴린 맨슨' 때문이 아니랍니다. 만약 이들이 '모종의 사회적 압박' 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그것은 당신네 황색 언론들이 암묵적으로 조장한 '공포 효과' 에서 비롯된 것일겝니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거 먹으면 살찐다. 살찌면 왕따 당한다. 이런 영화 보면 사람 죽인다. 저런 사람 만나면 살해 당한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을 겁박하는 이들 언론들에 의해 사람들은 서서히 미쳐간다. 이 기사는 비겁한 인용구들로 사실만을 전달하는 척 위장하면서, 뒤로는 '아기를 만두로 만들고 사람 손가락을 믹서로 갈아버리는 이 괴상한 영화를 보고 당신의 아이가 살인범이 될 수도 있다' 고 협박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선정성보다 폭력성에 관대한 우리 정서 때문' 이라고 술회하는 대목에 이르르면, 그런 폭력성을 조장하는 언론의 책임은 이 기사속 어디에 있느냐고 외치고 싶어진다.


결국 이 기사의 후반부는 '킬빌' 의 삭제 파동때 심위 위원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컸다' 면서, 독자들의 동정심에 매달려서 참으로 구슬프게 울어댄다. 이 슬픈 판타지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단언코 제한 상영가를 받아야 할 작품을 18세 관람가로 타협한데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수준 이하의 심위 위원, 그리고 심위의 타협이 '감독과 배우가 잘났기 때문' 이라는 상명대 조희문 교수, 마지막으로 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말하고 싶다. 국민들이 '표현의 자유' 라는 미명아래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 덕에 국민들의 알권리와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문화 산업의 병패들은 그 알량한 '자유' 가 아닌, '규제'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이다.


ozz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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