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한의대 부속병원건립 ‘합의문’ 허점있다

교육 '백년지대계' 무시한 수지타산적인 내용

검토 완료

송영석(bluedaniel)등록 2004.07.27 15:03
경원대한의대생들의 무기한 수업거부농성이 국민 여론수렴을 우려한 경원대 이길여 총장의 항복으로 일단락됐지만 3개 조항으로 이뤄진 합의문에 게재된 내용은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지난 21일 오후 2시, 경원대한의대학생회는 조중동 일간지를 포함한 20여개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공식기자회견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30여분 전, 갑자기 학생회 측은 “학교 측과 합의가 돼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했다. 그런데 미처 기자회견 취소통보를 받지 못해 현장에 도착한 각 언론사 기자들은‘합의문’의 신뢰여부에 대해 술렁이는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합의문 내용, 소설‘봄봄’상황과 비슷


대부분 경원대한의대 학생들은 ‘부속병원 건립’결정에 환호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최종투표 직전까지 반대의견을 펼쳤다. 그들의 주장은 “합의문의 내용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합의문 조항은 “2013년까지 부속병원을 건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대해 경원대한의대 문상식 홍보실장은 “부천병원이 곧 완공될 상황에서 부속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상당한 자금압박을 초래가 예상됐다”며“병원완공 후 운영상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2013년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는 1935년 ‘조광’에 소개된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주인공인 머슴의 상황과 비슷한 경우. 주인공 ‘나(머슴)’는 마름(주인)의 딸인 점순과 결혼하고자 3년 7개월 동안 데릴사위로 일을 해주었지만, 마름은 “점순이의 키가 작다”는 핑계로 결혼 승락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는 2013년까지 부속한방병원을 건립할 것”이라는 이길여 총장의 약속은 경원대한의대 설립 후 14년 동안 경원대학의 학교이미지 향상을 위해 헌신해온 데릴사위 경원대한의대생들의 요구를 ‘자금여유’라는 이유를 들어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격이다. 또 협력병원 체제를 강력하게 고수한 이 총장과 학교당국이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부랴부랴 20일 밤 9시경부터 하룻밤 회의를 통해 결정지은 합의문은 세부적인 항목이 결여돼있다.


‘길’재단과 경원대학 측의 연결고리 부족


이를위해 이 총장과 학교당국 실무자들은 학생들에게 합의문에 대한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협상에 참여했던 몇 명 학생회 임원이 합의문의 내용에 대해 듣고 본 것을 설명할 뿐이었다.

그런데 학교 측 실무자들은 “무조건 유급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이 총장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만약 이 총장의 뜻이 그렇게 간절했다면, 두 달여간 한의대 학사행정이 중단되는 파국에 이를 때까지‘왜 한마디 언급도 없었나?’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이를 받아들인 학생회 측의 생각도 의문이다. 학생회 측은 “길재단과 경원대학 측의 연결고리는 이길여 총장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한 협력병원 체제는 위험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올해 71세로 고령인 이 총장이 노환으로 불상사를 당하거나 총장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길 재단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가는 반드시 짚어볼 문제다. 또 이 총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기획처장이 서명한 '부속병원 건립' 합의문이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지도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또 “부속병원 환경개선 차원에서 100병상 규모의 새로운 임차병원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두 번째 조항은 학생들을 회유하는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임대건물을 교육시설로 이용할 수 없다”는 사립학교 시행령을 여전히 위반한 사항일뿐더러 100병상 규모는 현재 99병상인 상지대한의대 부속한방병원의 규모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72병상에서 28병상으로 늘린다는 것은 개수의 증가일 뿐 12개 임상각과를 갖추기 위해서는 엄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협의체, 실질적 대화창구로 자리매김돼야

교육은‘백년지대계’라는 데 학교 측은 한의대와 관련해 미래를 내다보는 별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수익성’을 고려해 “부속병원건립은 2013년쯤에나 혹은 빠르면 2010년쯤에나 가능하다”는 수지타산적인 논리만 앞장세우고 있다.

학교당국은 ‘한의대교육의 정상화’는 부속병원을 세워주고 학관을 신설해주는 등의 노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교육여건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백년지대계의 원칙 없는 양적제공은 경영상의 위축을 초래하게 되며 그로인해 한의대교육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과 학교당국은 “향후 상호간의 신뢰를 통해 협의체를 구성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로선 그나마 불온전한 합의문을 채워갈 수 있는 방책으로 비쳐지지만, 협의체가 ‘부속병원’ 약속이행에 대한 감시기구의 성격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상호간의 대화창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