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라 들쥐야, 대박을 향해!

Lemmings Syndrome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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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용(zangiya)등록 2004.07.10 17:19
그들은 평상시 그들만의 룰을 가지고 유목형 군집생활을 한다. 그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여기 저기 몰려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어느 정소에 잠시 정착해 살다가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다. 그래서 ‘나그네 쥐’라고 부른다.

그들이 잠시 머문 자리는 그들만의 세상이 되고 만다. 그들이 스쳐간 자리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평상시 그들은 그들끼리 비비고 기대고 할퀴고 싸우고 부대끼며 산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서 뭔가 그들이 내는 소리보다 더 큰 소리이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일제히 행동을 멈춘다. 일순 세상이 고요해진다.

이리 저리 주변 눈치를 살피던 그들 중 누군가가 집으로 쏙 들어가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집안에서 숨죽이며 귀 기울이던 그들은 좀 전에 났던 그 소리가 그들에게 아무런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또 그들은 그들이 뛰놀던 자리로 나와서 예전처럼 그들끼리 비비고 기대고 할퀴고 싸우고 부대끼며 난리를 친다.

또 무언가의 소리가 난다. 또 그들은 반사적으로 행동을 멈춘다. 그런데 이번엔 어느 한 놈이 어디론가 튀기 시작한다. 그러자 다른 놈들 전체도 그놈을 따라 튄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린다. 그들 앞에 강물이 놓여있는지, 화마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들은 그냥 달린다.

우리는 그들을 ‘들쥐 떼’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양식을 ‘Lemmings Syndrome’이라 한다.

레밍(lemming·학명 lemus)이라는 이름의 동물은 설치류 쥐과의 포유류에 속한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툰드라나 황야에 서식하는 이 쥐들은 이동하며 생활하는 습성이 있어 ‘나그네쥐’라고도 불린다. 레밍의 특성은 우두머리를 따라 집단으로 맹목적인 이동을 한다. 절벽이나 바다, 화마를 만나 떼죽음을 당해도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생소한 이 쥐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1980년 4월 소위 ‘서울의 봄’ 무렵이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은 한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레밍과 같아서 우르르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우르르 몰려든다’는 것은 사실 집중력이 상당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지도자가 이 집중력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좋은 쪽으로 몰아가면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시키며 이내 목적을 달성해버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새마을운동과 88서울올림픽이다.

그런데 지도자의 리드가 아닌 자발적 몰림현상이 있을 땐 물과 불을 가리지 않고 튀는 특성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98년부터 일기 시작한 인터넷 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 같은 특성을 미리 간파해 제어장치(Break System)을 마련해 두고 물과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게끔 이끌어야 했을 텐데도 오히려 잘한다며 부추기고만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느 민간 기업가가 ‘지금 제시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전부 사기 행각이다’고 외쳤지만 들쥐 떼의 날뛰는 소리에 파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결국 2000년 6월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인터넷 거품론’으로 빠져들면서 난장판이 되고 만다.

2004년 초 정국의 회오리로 떠오른 대통령탄핵도 들쥐 떼의 몰림 현상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이때는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라는 마지막 제도적 제어장치가 있었기에 들쥐 떼가 불길 속으로 빠져드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 들쥐 떼의 행동 습성은 ‘모 아니면 도’다. 위에서 든 예에서 쉽게 그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들쥐 떼는 평상시 그들 끼리 비비고 기대고 할퀴고 싸우고 부대끼며 난리를 치다가 주변에서 뭔가 ‘부스럭’하는 소리가 나면 일순 행동을 멈추고 바로 집으로 쏙 들어가 숨소리 마저 죽이며 얼굴만 내밀고 바깥을 살핀다. 그 소리가 자기들에게 위해가 안되는 것이라고 판단하면 언제 그런 소리가 있었냐는 식으로 밖으로 몰려나와 또 비비고 기대고 할퀴고 싸우고 부대끼며 난리를 친다.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나 불량만두가 유통됐을 때, 갑자기 숨을 죽이고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줄줄이 부도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도대체 자기들에게 해가 되는지 안되는지의 여부를 떠나 무슨 소리만 나면 그냥 숨어버린다. 작금의 불경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전부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채 밖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Lemmings Syndrome은 바로 기회로 다가온다. 즉, 소금(끔=값)이 오른다 싶으면 너 나 할거 없이 소를 사기 시작하고, 무엇이 한번 유행을 타면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하는, 물불을 안 가리고 몰려드는 현상이 대박의 기회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튀어라, 들쥐야. 대박을 만들어 다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쪽으로는 튀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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