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이 언제지?"

술 한잔에 담긴 세상 이야기

검토 완료

하세용(zangiya)등록 2004.07.10 13:35
2004년 7월9일, 금요일.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모두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로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나름대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초-중-고에 다니는 아이들 둘에 중형 아파트와 중형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대개 중간 간부층의 위치에 올라 있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은 4,5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장님’이다.

이들은 평소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친구가 좋아 틈이 나는 대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살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 전형적인 ‘경상도 출신’ 남자들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처음부터 정치 이야기가 술안주로 올라온다. 그 원인은 식당 구석에 있는 TV의 9시 뉴스였다.

“정말 왜 저러지?”
한 친구가 TV 뉴스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의 눈이 전부 TV 뉴스로 쏠렸다. 때마침 TV 뉴스에서는 ‘행정수도 이전반대는 정권 퇴진운동’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었다.

“냅둬라. 지들이야 가든지 말든지. 가든 말든 그건 지네들 잔치지. 우리하고 뭔 상관이 있노? 빚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 저들이 저런 판을 벌리는게 화난다고? 언제 정부가 국민들 목숨 걱정해주더냐? 이 가난한 정부 먹여 살리느라고 열심히 일해서 세금 꼬박꼬박 냈더니 한다는 짓하고는…”

마주 앉은 한 친구가 입안으로 술을 부어 넣더니 잔을 테이블 위에 탁 내리치듯이 놓으며 내뱉는 말이다. 그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해대며 자기 손으로 술잔에 술을 따른다. 옆 친구가 이 모습을 보면서 “그렇다고 너무 열받지 마라”며 다독인다.

“그런데 왜 이사를 가겠다고 그러지? 청와대가 좁던가? 전세 계약이 만료되었나? 주인(국민)이 나가달라고 했는가? 이사 가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할거 아닌가?”

그 친구들 사이에선 그래도 조금 무뚝뚝한 친구가 툭 던지는 한마디에 모두 웃음으로 얼굴이 환해지면서 건배를 청한다. 그들은 다시 일상 생활 이야기로 화제를 바꾼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으며 회사 걱정, 일 걱정 등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조금 전,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해대던 그 친구. 아무래도 분을 삭이지 못하겠던 모양이다. 자꾸 TV 쪽으로 눈을 돌리더니 결국 다시 욕을 토해내고 만다.

“아무 일 안하고 제발 가만히 있어만 줘도………다음 대통령 선거 언제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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