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유학가기

유학에 앞서 책포장을 하면서 빠진 상념

검토 완료

김연광(cabin21)등록 2004.07.08 21:57
오늘 우체국을 통해 보낼 책들을 모두 포장했다. 포장된 책들은 나보다 앞서 출국하리라.. 주욱 늘어놨던 책들을 하나씩 필요한 것만 챙겨 놓고 보니 낭자하게 펼쳐진 저 잔류자들... 저들은 그냥 국내파로 남아야 할 것인가? 끝내 다 못싸간 마키아벨리와 로크의 저서들은 아무래도 손에 들고 비행기편에 함께 가야겠다.

책정리를 해본 적 있는가?
책을 정리하다 보면 문득 책과 함께 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한참이고 상념에 젓지 않는가?

나는.....

내 인생을 책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지 10년쯤 된 듯 싶다.

그러다 보니 여러 책은 나에게 있어 헤어질 수 없는 반려자가 되었다.

한권의 책을 읽고 나면 나의 앎의 부족을 탓하며 다시 두권의 책을 구하게 되고, 두권을 독파해도 의문엔 끝이 없어 또다른 책을 마련해 오기 시작한 대학 시절.

좋은 논문 써보겠다고 이리저리 훌륭한 논문과 책을 찾다보니 이 서점 저 서점, 이 학교 저 학교 도서관을 전전하며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려 애쓰곤 했다.

학창시절 부모님께 떼 써가며 사들였고, 직장에서 받은 작은 급여 쪼개가며 구입하고, 심지어 신용카드로 과감하게 들여온 여러 책들.

대학원 말기 학위논문 쓰려고 하면서 스스로의 천학(淺學)은 탓하지 않고 자료의 부족만을 아쉬어 하며, 또다시 책병에 들곤 하던 대학원 생활.

학위를 받고 나서 그 책들을 삼십여 박스로 나눠 담아 차곡차곡 집안 한구석에 놓아 둔채 몇년을 보냈다. 이제 그 박스를 하나씩 다시 풀어낸 뒤 몇몇을 골라 이번에 선편으로 나보다 먼저 출국시킨다.

어렸을 적 이 책 저 책을 사들이시던 아버지를 보며 푸념하시던 어머니를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건만, 어느새 나 역시 그러한 걸 보면 이 증세는 유전에서 왔단 말인가?

앞으로의 유학생활 역시 지속적으로 책병에 시달릴터인데...

그저 내가 함께 할 또 다른 동반자는 나보다 더한 책병이어도 좋으니 현재의 내 고질(固疾)을 있는 그대로 용납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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