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이 이라크의 뺨을 때리는 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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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bakilhong)등록 2004.06.23 16:37
사람들에 의해 심하게 상처 입고 버림 받은 동물이 있다고 치자. 만일 누군가 이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있어 치료해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그에게 다가간다면 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십중팔구는 또 한번 자신을 해치려 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 같은 도움의 손길을 거부할 것이다. 그가 사람들로부터 입은 상처라든가 버림 받은 정도가 크면 클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 치료해 주고자 다가서는 사람이라는 게 자신을 다치게 만든 자의 친구쯤 된다면 두 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렇다면 이 경우 상처 입은 그를 치료해 주고자 하는 쪽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어떻게 느끼건 상관할 필요없이 치료해 주고자 하는 좋은 목적을 갖고 있는만큼 강제로라도 그를 붙잡아 눌러앉힌 뒤 치료를 해주는 것이 옳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자칫 치료가 늦어질 경우 상처가 커지거나 덧나 치료 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쪽의 진심을 알지 못하는 상처 입은 동물은 있는 힘껏 도망을 치거나 반항을 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동물 쪽이 됐건 치료해 주고자 하는 사람 쪽이 됐건간에 다치거나 심하게는 죽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치료해 주고자 하는 좋은 마음으로 다가 서려 한다 해도 어떤 이유에서건 상대방이 이를 거부할 경우 양 쪽 중 누군가는 심하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우선되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이해나 동의다. 행동은 그 다음이다. 상대방이 이쪽을 자신을 다치게 만든 사람과 같은 부류로 인식하고, 이 같은 인식 아래 있는 힘껏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자 할 경우 섣불리 다가서는 것은 오히려 이쪽과 상대방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상대방이 이쪽의 진심 어린 마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다치게 만든 사람의 친구라는 이유로 이쪽의 진심 어린 마음마저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런 상대방의 의견 또한 존중해줄 줄도 알아야 한다.

한 마디로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본래 상처를 입은 동물은 신경이 있는대로 날카로워져 있게 마련이고,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만큼이나 날카롭게 자신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존재에 대한 경계를 곤두 세우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마음에서라 하더라도 그 같은 상처 입은 동물에게는 함부로 다가서는 법이 아니며, 더군다나 상대가 이쪽을 자신을 다치게 만든 자의 친구라 믿고 있는 한은 특별히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좋은 일로 좋게 받아들여 줄 상대방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손뼉은 본래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만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손뼉을 맞춰야 할 상황에서 혼자만 마음이 급해 마구 헛손질을 해대다가는 자칫 상대방의 뺨을 잘못 때리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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