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여! 정부여! 제발 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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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kordow)등록 2004.06.21 21:48
피랍된 김선일씨의 처철한 울부짖음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인간의 마지막 호소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우선 그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했다. 추론해 보면 납치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사용을 요구했을 것이며, 또한 미국과 세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 이는 그의 외침의 말미인 “Your life is important but..and my life is important.(당신들의 목숨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의 목숨도 중요하다)” 라는 경고 섞인 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김선일씨의 사무치는 메시지에 대한 한국정부와 정치권의 냉소적 화답이다. 소위 386세대라는 열린 우리당의 소장파들조차 파병철회에 대한 뚜렷한 의사표시 보다 참살에 따르는 댓가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우리당의 지도부의 단세포적인 생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생각해낸 방법이라고는 고작 한국 소재의 이슬람 지도자들을 협박하는 것과 언론의 표현자제 요청 밖에는 없다. 참고로 언론자제 요청은 바다건너 미국 언론에 먼저 해야 할 것이다. AP는 ‘Seoul to Send Troops to Iraq Despite Kidnapping'를 제목으로 썼으며, Reuters 역시 ’S.Korean Hostage Switched from Theology to Arabic' 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며 종교적 부분까지 건드리고 나서고 있지 않는가. 하긴 이들 언론의 보도가 틀린 것은 아니기에 딱히 무어라 요구 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정부관계자들은 파병결정과 김선일씨 피랍사건을 엮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 설명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날아올 화살을 피해 TV토론회 일정마저 취소해 버렸다. 겉으로는 김선일씨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기 위해서라지만, 무장단체의 경고시한이 오늘 저녁인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버린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들은 정작 한국 국민의 안위보다 이를 빌미로 일어날 한국내의 반미 파병철회 감정이 더욱 걱정될 뿐이다.

이제 또다시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은 정부나 정치권이 해야 할 일들을 국민들이 하고 있다. 미선이 효순이 촛불시위부터 탄핵 무효 촛불시위까지 한국의 권리와 안위를 위해 정부도 정치권도 꺼리는 일에 국민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발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라. 정치권은 국회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고려한 이라크 파병 문제를 재논의 하여야 하며, 정부도 냉정히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선일씨 피랍사건뿐 아니라도 한국민들은 앞으로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실주의(Realism)에 입각한 국제정치에서도 가장 중요한 최대의 국익은 안보이다. 자국민을 불안과 위험으로 빠트린다면, 이라크 파병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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