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 출입신고, 존폐 여부부터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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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bakilhong)등록 2004.06.15 20:51
최근 강원도 여행길에 고성 통일전망대 쪽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 가지 괴이쩍은(?) 일을 경험했다. 출입 신고와 관련한 절차가 그것이었다.

이곳 통일전망대에 가려는 사람들은 약 10km 앞 쪽에 있는 ‘출입 신고하는 곳’이라는 장소에서 신고용지에 본인을 비롯한 동행인들 모두의 인적 사항을 적는 등 소정의 출입 절차를 밟아야만 하는데, 그 절차라는 게 매우 괴이쩍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절차라는 게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 통일전망대의 특성을 십분 이용해 ‘출입 신고’라는 별로 필요치도 않은 절차를 만들어서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한동안 그곳에 붙들어 매놓으려는 데 주목적을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정도로 불합리하기 그지 없다는 얘기다.

그 이유인즉 첫 순서인 출입 신고 절차만 해도 그렇다. 이곳에서는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려는 모든 사람의 인적사항을 소정의 양식에 써내도록 돼 있는데, 양식 제출시 신분증 대조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그 일 처리란 게 엉성하기 그지없다.

이는 곧 전혀 엉뚱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써내도 무사통과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며, 그럴 바에야 굳이 출입 신고라는 절차가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출입 신고가 끝난 뒤에는 이른바 ‘교육’이라는 걸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대략 민방위 교육 수준인 10분짜리 비디오 한 편을 보는 게 전부인 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짧게는 20~30분, 길게는 한 시간 가까이 그곳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교육을 받고 나와봐야 교육 이수를 확인해주는 도장 하나 찍어주는 사람조차 없다. 외국인은 아예 교육 면제다. 이는 곧 교육을 안받고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교육 끝나는 시간에 맞춰 대충 통일전망대로 함께 출발해도 누구 하나 뭐라 그럴 사람조차 없다는 얘기이고, 교육을 받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왜 이렇게 별로 필요치도 않은 출입 신고니 교육이니 하는 절차들을 만들어 관광객들로 하여금 시간을 낭비토록 만들고 있는 것일까?

역지사지로 관광객들이 그곳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낭비할 경우 ‘출입 신고 하는 곳’ 측에 어떤 이익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쉽게 그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속도로 휴게소 풍의 그곳에서 그 시간동안 관광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란 뭘 사거나 먹는 일 이외에는 달리 없으므로.

통일전망대 같은 특수 지역 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출입 신고’나 ‘교육’과 같은 소정의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꼭 필요할 경우에 한해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기왕 할 바에는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들이다.

제 역할도 못하면서 공연히 관광객들의 발걸음만 붙잡고 있는 지금의 통일전망대 출입 신고 절차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에 불과하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변화된 시대 환경 등을 감안해 그 존폐 문제부터 새롭게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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