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파업과 직장폐쇄 존중되어야 하는가?

8일간의 대구 버스사태를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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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섭(surfingman)등록 2004.06.03 20:19
길고도 험난했던 대구 시내버스 파업이 임금 평균 6.67% 인상과 내년 10월부터 ‘버스 준공영제’ 시행키로 합의하면서 지난 2일 새벽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 출근 길,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시내버스들이 분주한 출근길을 여전히 무법자처럼 휘 젖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시내버스 파업이 진짜 타결이 되긴 되었나 보네!’ 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언론은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집중보도하면서 파업을 감행한 노조의 목소리에는 침묵하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철도나 지하철 기타 공공부문의 파업인 경우는 시민들의 불편만을 부각시키면서 더욱 거센 비난을 보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민들도 당장 가려운 곳을 시원스럽게 긁어주는 언론에 동조하며 파업을 강행한 노조의 진정성은 외면해 왔습니다.

특히 진정성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파업도 매도당하는 것을 볼 때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다 나쁜 것이고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하며 파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가하는 언론과 시민들의 태도를 성토하며 안타까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공공부문의 파업일지라도 그 정당성과 진정성이 인정되면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파업을 결행한 노조에 지지를 보냅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성숙된 노동의식과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구 시내버스 파업은 성숙된 노동의식과 시민의식을 요구하기엔 파업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의심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 3월 18일 노조는 16.4%의 임금인상을 사용자측에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임금인상 폭은 지금의 경기침체와 버스회사 재정상태를 감안한다면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입니다. 물론 사용자측은 노조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0차에 걸친 노사간의 협상, 건설교통부, 대구시, 시민단체 등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5월 25일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용자측은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대구시 입장과 대구지방노동청의 파업중인 사업장 근로감독 실시 등에 반발해 직장폐쇄를 신고하는 ‘배 째라’를 감행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현재 버스노조의 처우가 파업을 감행할 만큼 위기인가?’ 하는 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던 노사의 태도, 파업중임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단합하여 ‘버스 준공영제’ 시행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 통상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를 방어하기 위한 사용자측의 최후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행정처분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의문점들은 이번 파업이 임금인상 때문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대구시에 ‘버스 준공영제’ 실시를 압박하기 위해 노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기에 이르렀습니다.

‘버스 준공영제’는 모든 버스회사 수입금을 공동관리기구가 관리하되 적자가 날 때는 자치단체에서 보충해주고 흑자가 나면 시내버스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제도입니다.

시내버스가 시민들의 발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영역이란 점에서 ‘버스 준공영제’의 실시는 일리가 있으며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들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지 버스회사와 노조의 잇속을 챙겨주거나 버스회사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해 주는 제도는 결코 아닙니다.

이번 대구 시내버스 파업은 유례 없는 반대 촛불집회와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평소 노조에 대해 우호적인 시민단체들도 이번에는 비판을 목소리를 냈습니다. 물론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그 만큼 진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이번 대구 시내버스 사태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불편, 분노, 불신을 안겨주었습니다. 앞으로 버스회사들이 무너진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의 주장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은 시민의 발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할 것이며, 지금처럼 극단으로 치 닫는 파업과 직장폐쇄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했던 대구 시내버스 파업이 내년에는 꼭 멈춰 주길 바래 봅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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