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볼펜 강매 같은 국민연금

[주장]국민연금 개혁에 앞서 국민의 분신부터 불식시켜야

검토 완료

이우영(bakilhong)등록 2004.06.02 13:56
나는 지난 92년쯤부터 국민연금에 ‘강제적으로’ 가입을 당했다. 벌써 십 몇 년째 국민연금에 포로 아닌 포로로 잡혀있는 셈인데, 정확히 따져보진 않았어도 그동안 내 개인 부담과 회사 부담 등으로 들어간 보험료 납입 총액만도 최하 1~2천만 원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그 액수가 정확히 얼마인지 따져보지도 않았느냐?’고 내 게으름과 무신경함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걸 따져봐야 뭘 하겠느냐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나 매한가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 생각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지켜본 국민연금 돌아가는 꼴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보험료를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내고는 있으되 나중에 제대로 받아먹기는 글렀다 싶어 공연히 따져봐야 속만 더 쓰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가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정부 등 운영 주체 측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태도 때문이다. ‘국민들은 무지몽매해 스스로의 힘으로 노후를 대비할 능력이 부족하니까 정부가 대신해 주겠다’, ‘정부가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식의 태도 말이다.

국민연금 도입 단계부터 지금까지 철저하게 국민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한 채 일을 추진해 오고 있는 이들의 이 같은 태도는 마치 험상 궂은 분위기로 버스 안에서 볼펜 따위를 강매하는 불량스런 잡상인을 연상케 한다.

한 마디로 말해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는 통 거리가 먼 시덥잖은 물건 하나를 들고 나와 오로지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강매를 일삼고 있는 꼴이라고나 할까? 별로 사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억지로 떠안기며 남의 지갑까지 뒤져 강제로 돈을 꺼내가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억울하고 불쾌하기가 이를데 없다.

가뜩이나 원치도 않는 물건을 비싼 값에 억지로 떠안게 돼 억울하고 불쾌한 터에 이렇게 앞사람들보다 몇 배나 바가지까지 쓰게 되면 이건 참는 게 바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쯤 되면 제 아무리 험상 궂고 힘이 센 상대라 할지라도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진다.

지금 국민연금이 서 있는 지점이 바로 이쯤 된다고 생각한다. 험상 궂은 분위기와 힘을 앞세워 강매를 일삼다가 결국은 참다 못한 다수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쳐 자칫 잘못하면 몰매를 맞은 뒤 그동안 벌어들인 돈마저 모두 토해낸 채 빈 손으로 버스에서 내려야 할 지도 모를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앞서 나는 최하 1~2천만원쯤은 되는 그동안의 내 국민연금 납입액을 아예 없는 돈으로 치고 있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내 주변에만 해도 그런 사람은 하나 둘이 아닌데, 이는 그 정도 돈쯤은 없어도 좋을만큼 살이가 넉넉해서는 결코 아니다. 되찾고 싶어도 되찾을 길이 없는 돈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일 뿐이다.

국민연금 제도를 계속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면 정부는 나를 비롯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이 같은 불신부터 말끔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험상 궂은 분위기로 힘을 앞세워 버스 안에서 볼펜 따위나 강매하는 불량스런 잡상인 같은 태도를 버리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정말 쓸 만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이 스스로 지갑을 열 수 있는 판매방식으로 새롭게 국민연금을 운영해 나가야만 한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