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냄새 풀풀 …‘TV속 페미니즘’ 눈살

사이비 페미니즘 CF·방송서 버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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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limbus)등록 2004.05.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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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 #장면1 홍콩 영화에서나 봄직한 건물옥상에서 남녀가 글러브를 끼고 이종격투기를 벌이고 있다. 남자는 일방적으로 난타 당하다가 코피가 터지고, 걱정스러운 여자가 다가선다. 그때 남자가 코피를 멎게 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자 다가섰던 여자가 남자의 머리에 부딪혀 쓰러진다. 머리를 쓰라는 카피를 활용한 코믹 코드의 휴대폰 CF다.

#장면2 개그맨인 진행자들이 "만약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보기는 ①강금실 ②박근혜 ③추미애. 또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성(性)을 바꾸시겠습니까?". 보기는 ①바꾼다. ②안 바꾼다. 지난 8일 밤 방송된 휴대폰을 이용한 설문조사 생방송 '대한민국은 통화중'에 나온 한 장면이다.

본질 빠진 채 왜곡된 이미지 전달 오히려 역효과

이외에도 많은 광고와 방송 장면들이 21세기 화두, 페미니즘을 다룬다. 아직도 아파트를 성(城)에 비교하고, 고급 가전제품 앞에서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읊조리게 만드는 광고와 여자는 줄곧 사랑 앞에서 악녀가 될 뿐이라거나 심청이나 춘향이처럼 효녀, 열녀로 그리기 일쑤인 방송에서 그나마 페미니즘을 소재로 다루는 광고와 방송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폭언하는 남자 상사에게 달려가 분풀이를 하고 나서 유쾌, 통쾌하게 웃는 과자 CF 속의 여자, 남자의 전화를 매정하게 끊고 휴대폰까지 미련 없이 버리는 음료CF 여자들에게서 페미니즘적인 체취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적일뿐 페미니즘은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본질은 배제하고 페미니즘 이미지만 차용함으로써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생산할 뿐이다. 상업주의적 접근이 지닌 페미니즘 소재의 부작용이다.

'대한민국은 통화중'의 지난 8일 방송분은 광고와는 접근 방법에서 달랐다. 일반인들의 의식을 알 수 있는 설문조사 프로그램에서 첫 주제로 양성평등과 관련한 쟁점을 내세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행자들이나 출연 기자들의 수준은 의도를 무색케 했다.

양셩평등 내세운 프로조차 여성비하 막말…제작진 자질 의심

시종 여 기자들의 미모를 칭송하며 농을 던지는 남자들, "예쁜 것들은 다 죽어야 한다"며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우먼 정선희…. 성차별을 없애자며 하는 말들이 "여자는 미모"라는 것이다.

양성이 평등하다는 그럴 듯한 주제에 걸맞게 한 두 마디 그럴 듯한 대사를 하다가도 툭하면 여성 비하, 성 역할 왜곡의 말들을 쏟아낸다. 응답에 담겨있는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진행자들의 자질 부족은 곧 연출자들의 자질 부족이다. 이흥우, 유호철 두 PD는 여성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에 의도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성 비하에 성차별만 하다 말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방송작가, 연출자들의 관점 확립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이 프로는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차라리 안 다루느니만 못했다.

아직도 광고와 방송 속의 여자는 백마 탄 왕자를 좇는 허영에 찬 속물이거나, 가부장제에 갇혀 춘향이나 심청으로 살아가거나, 사랑 앞에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이거나, 모든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홀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일 뿐이다. 그리고 페미니즘 체취를 폴폴 풍기는 씩씩한 여자가 나타났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사기다. 돈벌이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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